약사회, 방역당국 특정 제품 언급에 우려… ‘아세트아미노펜’ 안내 촉구
유사 사례, 2009년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 당시 대체 불가 유일한 치료제
방역당국 “성분명 안내 할 것”, 국내 제약사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10여종 존재

약국에서 타이레놀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뉴시스
약국에서 타이레놀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한 후 발열이나 오한·몸살 등의 부작용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방역당국은 이러한 경우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 등 해열진통제는 복용해도 좋다” “타이레놀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고 설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제품을 정부가 홍보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약사회 측에서도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하며, 앞으로는 성분명으로 안내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타이레놀’은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서 판매하고 있는 해열진통제의 상표명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을 성분으로 한다. 타이레놀은 세계적인 해열진통제 브랜드로 50년이 넘는 반세기 동안 명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매출과 시장점유율 부분에서도 전 세계 200개가 넘는 진통제 가운데 꾸준히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만큼 국내 소비자들도 타이레놀을 해열진통제의 대명사격으로 인식하고 있다.

방역당국 측 관계자들 역시 타이레놀을 특정 상품명으로 인지하기보다 해열진통제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인지하고 정책브리핑 등 공식 발표에서 ‘타이레놀’을 거론한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공식 발표에서 특정 제약사의 제품명이 거론되자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우선접종대상자들이나, 접종 대기 인원들이 발열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대비해 약국에서 타이레놀만을 찾는 현상이 일선 약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대한약사회 측의 설명이다.

대한약사회 측은 “국내 제약사들이 타이레놀과 동일한 성분, 동일한 함량으로 개발한 동등한 효능을 내는 복제약이 분명히 시중에 다양하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 공공연히 타이레놀을 적시하며 특정 회사 제품을 광고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적기관에서 이러한 언급을 하니 ‘이것’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오도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실제로 일선 약국의 일부 약사들은 타이레놀과 동일한 성분 및 함량을 지닌 다른 제약사의 ‘아세트아미노펜 650㎎ 서방정’ 제제는 재고가 넉넉한데도 소비자들이 ‘타이레놀’만 찾으니 타이레놀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난감하다는 얘기를 한다”고 토로했다.

약사들이 소비자들에게 타 제약사의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권하면 타이레놀 제품을 원하는 이들도 존재하는 실정이다. 공적 기관에서 특정 제품명을 강조하게 되면, 동일한 성분·함량의 타 제약사 제제보다 특정 제약사의 제품을 더 찾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정부나 공적기관이 갖는 신뢰성은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타이레놀이 아니면 안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앞서 2009년에도 정부가 나서 특정 제약사의 제품을 언급하며 복용을 권한 사례가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이번처럼 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09년은 ‘인플루엔자 A형 H1N1(신종플루)’의 세계적인 대유행이 있었던 시기다.

2009년 당시 국내 보건당국은 신종플루에 감염된 환자들에게 “‘타미플루’를 복용하라”고 설명했다. ‘타미플루’는 미국 제약사인 길리어드가 1996년 처음 개발한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제품명이다. 이후 생산은 스위스 제약사인 ‘로슈홀딩’이 특허권을 사들여 독점했다.

얀센의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을 포함해 국내 제약사들이 제조판매 중인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 / 각 사
얀센의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을 포함해 국내 제약사들이 제조판매 중인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 / 각 사

또한 당시 임신부가 신종플루에 감염돼 발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타이레놀’을 복용할 것을 함께 권고했다. 당시 적지 않은 의료인들도 임신부가 열이 있는 경우에는 임신시기에 상관없이 태아의 신경관결손증과 신경발달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해열작용을 하는 타이레놀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타이레놀의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특정 질환이 있어 약물 복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환자군에도 안전한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시 보건당국의 이러한 언행에 의료인들이나 약사 단체 등에서는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신종플루 치료제로 효과를 입증한 약품이 길리어드의 타미플루뿐이었기 때문이다. 해열진통제로 타이레놀을 권유한 것에 대해 지적을 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타이레놀과 관련해 약사회 측은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현재와 비슷한 일이 과거에 있었으나, 당시 지적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지금에도 지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방역당국은 대한약사회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공감하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방역당국은 앞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발열 증상이 나타날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복용하라고 안내할 방침이다.

한편, 국내 제약사들이 생산·판매하는 타이레놀 복제약으로는 △한미약품 써스펜8시간이알서방정 △종근당 펜잘8시간이알서방정 △보령바이오파마 세타펜8시간이알서방정 △콜마파마 아니스펜8시간이알서방정 △부광약품 타세놀8시간이알서방정 △코오롱제약 트라몰8시간서방정 △삼아제약 세토펜8시간이알서방정 △하나제약 타이리콜8시간이알서방정 △한림제약 엔시드8시간이알서방정 등이 있다. 해당 약품들의 성분과 함량은 모두 아세트아미노펜 650㎎이며, 효과 역시 타이레놀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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