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리틀빅픽처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리틀빅픽처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18세 세진(이유미 분)은 덜컥 임산부가 돼버렸다. 무책임한 어른들에 지쳐 거리를 떠돌던 세진은 가출 경력 4년 차, 동갑내기 주영(안희연 분)을 만난다. 처음 만났지만 절친이 된 세진과 주영은 위기의 순간 재필(이환 분)과 신지(한성수 분)를 만나게 되고, 왠지 닮은 듯한 네 명이 모여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18년 10대들의 리얼한 생존기를 그려내며 논란과 호평을 동시에 부른 화제작 ‘박화영’ 이환 감독의 신작으로, 지난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 메가박스상, KTH상을 수상해 주목받았다.

가출 청소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조명한 ‘어른들은 몰라요’ /리틀빅픽처스
가출 청소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조명한 ‘어른들은 몰라요’ /리틀빅픽처스

영화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폭’ 이슈는 물론, 거리를 떠돌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조명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을 ‘전시’하는 것에만 그쳐 ‘불편함’ 그 이상을 남기지 못한다. 어두운 현실의 단면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해도 정도가 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공감대 결여다. ‘박화영’이 각종 폭력과 탈선에 노출된 10대 가출팸의 어둡고 복잡한 세계를 거칠게 보여줬음에도 관객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자극을 뛰어넘는 공감대 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납득할 만한 서사가 있었다.

그러나 ‘어른들은 몰라요’는 매우 불친절하다. 처음 만난 세진과 주영은 어떻게 단번에 절친이 될 수 있었으며, 주영과 재필은 왜 그렇게까지 세진을 돕고자 했는지 등 이들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인물들의 감정을 들여다볼 기회도 주지 않아 몰입이 힘들다. 영화의 제목처럼, 정말 모르겠다.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존재감을 뽐낸 이유미(위)와 안희연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존재감을 뽐낸 이유미(위)와 안희연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그럼에도 빛나는 건 배우들이다. ‘박화영’에서 세진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유미는 전작보다 더욱 확장된 캐릭터 세진을 섬세하면서도 압도적인 연기로 그려내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뽐낸다. 귀여운 말투, 항상 웃음기를 머금은 천진한 모습부터 위태롭게 삶을 견뎌대는 10대 소녀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이번 작품으로 첫 스크린에 도전한 안희연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다. 흡연과 거친 욕설 등 그동안 본 적 없는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은 물론, 폭발하는 감정 연기까지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배우 안희연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연출자 이환 감독은 “일차원적으로 센 걸 보지 않고 이면을 바라보며 정서와 감정 느꼈으면 좋겠다”며 “세상을 바꾸진 못해도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 가슴속에 질문을 하나씩 가져갈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이 영화가 가진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러닝타임 127분,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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