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7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 사퇴를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7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 사퇴를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운 4·7재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로 끝이 났다. 민주당은 대역전극을 기대했으나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민주당이 주장했던 ‘샤이 진보’의 위력도 없었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민심은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줬다. 그러나 불과 1년만에 민심은 문재인 정권과 여당에 철퇴를 내렸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개표 결과, 민심이 여당에 표로 응징했음이 확인됐다. 민주당은 당초 ‘3%포인트’ 안팎의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민주당 후보들과 국민의힘 후보들 간의 득표율 격차는 20~30%포인트에 육박했다. 국민의힘 후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모두를 싹쓸이했고, 박형준 부산시장도 부산 16개구 모두에서 승리를 거뒀다.

총선이 끝난 지 불과 1년만에 민심이 이렇게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원순‧오거돈의 성비위 파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여권의 갈등, 부동산 정책 후폭풍,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더해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의원의 ‘내로남불’ 논란 등이 총선 참패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 민주당, 부동산 문제와 민생 무능 지적

민주당은 패인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박용진 의원은 단순히 LH 사태 때문도, 일부 강경파의 주장처럼 개혁 부진 때문만도 아니라고 진단했다. 박 의원은 8일 CBS 라디오에서 ‘패인이 LH 사태 하나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라이터불 하나가 LH사태가 된 것이다. 저는 패배의 원인으로 일단 민생 무능이고, 두 번째로는 내로남불, 세 번째가 개혁 부진이라고 본다”며 “이 순서가 되게 중요하다. 개혁 부진부터 내세울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김종민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많은 중도층이 '180석 여당이 너무 오만하다, 내로남불이다, 책임을 지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심판을 하신 것”이라며 “또 지지층 중에 많은 분들이 투표장에 안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LH건과 부동산 관련된 평가, 이런 것들이 (국민의힘 후보들의 부동산 관련 의혹보다)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본다”며 “원래 모든 선거에 다 균형을 잡게 돼 있는 현상들이 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계속 (내부) 돌발변수들이 막판 균형요소들을 무력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장경태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패인의 가장 핵심은 부동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며 “잘하리라는 기대가 높았는데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서 따끔한 회초리를 드셨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더미래연구소 소장인 김기식 민주당 전 의원은 민주당의 주된 패인 중 하나로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꼽았다. 김 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소위 검찰개혁이나 이런 문제에 있어서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를 원하는 당심하고 소위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챙겨달라고 하는 중간층의 민심하고의 괴리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오만과 독선에 빠져서 견제해야겠다고 하는 중간층의 심리가 크게 작동했다고 봐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까 뒤에 무능과 위선 프레임에 걸렸다”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7 재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화상 의원총회를 개최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7 재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화상 의원총회를 개최했다./뉴시스

◇ 전문가그룹, ‘정책 실패’ ‘윤석열 사퇴’ 등 지적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패인으로 정부여당의 누적된 정책 실패와 선거 전략 실패 등을 꼽았다. LH 사태와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 문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패인은 경제문제, 남북관계 등 누적된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본다”며 “체감되는 정책 실패는 경제, 부동산 문제다. 특히 20대는 일자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영선 캠프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관련 ‘피해 호소인 3인’을 전면에 내세워서 선거를 치르려고 했던 것이 어이가 없다”며 “LH 사태에 이어 ‘김상조 박주민’ 논란까지 터져 진보의 이중성이 재확인되면서 악재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평론가는 “선거 캠프가 네거티브로 일관하는 등 선거 전략도 잘못 세웠다”며 “또 반값 데이터요금 등 포퓰리즘 공약으로 일관했다는 점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MBC 라디오에서 “3월 2일 LH건이 발생했고, 3월 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것, 두 가지가 같이 있게 되면서 심판 정서가 커진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가 보이지 않던 야권에게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주자로서 야권과 함께 할 것이라는 느낌을 주게 되면서 야권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측면이 있다”며 “그것이 결집도를 강화해주는 요인으로 작동을 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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