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은 8일 자만을 경계하고,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4‧7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국민의힘이 자세를 낮췄다. 이번 선거에서 그간 전통적 지지층이 아닌 20‧30 세대와 중도층이 대거 유입되며 위용을 뽐낸 만큼, 이를 발판삼아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갈 경우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엿보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 결과를 국민 승리로 겸허히 안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승리한 거라 착각하며 개혁 고삐를 늦추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 교체와 민생 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 기회가 소멸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김 위원장이 지적했듯 정치권에선 이번 선거가 국민의힘이 ‘잘해서’ 이긴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간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며 누적된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등과 맞물리면서 급속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도 승리에 도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초선 의원들은 물론 중진 의원들까지 일제히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조용하게 새로운 변화를 스스로 하는 것이 우리 당이 해야 할 일 아닌가”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역 정당 한계, 당내 계파 등 고질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됐다. /뉴시스

◇ 지역 정당 한계·계파 갈등 해결이 과제

변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과거의 묵은 때를 벗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영남을 중심으로 한 지역 구도를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데 호남에 대해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뿐만 아니라 영남에 의존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성명서에서도 이러한 의지가 드러났다. 이들은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며 “구시대의 유물이 된 계파 정치를 단호히 거부하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한 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아스팔트 보수층과의 관계 설정 또한 문제다. 지난 총선 참패가 사실상 극우 세력과 결별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은 만큼, 그간 비대위는 이러한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외연 확장의 노력은 이번 선거 결과로 입증됐다. 당장 이번 선거의 승리 요인 중 하나로 ‘극우와 거리 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은 ′변화′의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당권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갈등이 새어나올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더욱이 국민의당과 ‘야권 대통합’ 과정에서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변화의 목소리가) 일종의 정치적 레토릭인지 아닌지는 앞으로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국민의당과 통합 문제에서 고압적 자세나, 당권을 놓고 갈등을 벌일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지역구도나 진영논리 등 고질적 문제가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내의) 여전히 다양한 목소리는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중요한 건 자기 의견이 반영 안됐다고 해서 당 밖으로 나간다거나, 결정적 합의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결국 국민들은 자기 욕심과 오만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