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10곳 중 1~2곳 日 맥주 취급… 노재팬 후 수입량 99%↓
日 맥주 수입량 여전히 밑바닥… ‘4개 묶음’ 제외, 찾는 소비자도 줄어
日 맥주 빈자리, 국산 맥주가 꿰차…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 제공

/ 제갈민 기자
한때 편의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일본 맥주는 최근 자취를 감췄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편의점에서 여전히 일본 맥주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난 2019년 ‘노재팬(NO JAPAN 일본제품불매운동)’ 바람이 불어닥친 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 브랜드 제품 소비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일본 맥주는 소비자들이 접하기 가장 쉽고 대체제가 많은 제품 중 하나라 직격타를 맞았다. 당시 편의점을 비롯한 유통업계는 일본 맥주 재고를 모두 소진한 후 발주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일, 기자가 직접 서울 서대문구·용산구·구로구·금천구 등 소재 편의점 20곳을 확인한 결과 일본맥주를 취급하는 곳은 단 3곳에 불과했다. 노재팬 이슈가 불거지기 전에는 전국의 대부분 편의점에서 일본 맥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던 것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편의점마다 취급하는 일본 맥주 종류도 제한적이다. 그나마 아사히 맥주를 찾아보기가 쉬웠으며, 기린이치방 맥주는 단 1곳에 불과했다. 산토리나 삿포로, 에비스 맥주는 편의점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2019년 7~8월쯤 발발한 한일 양국의 외교·무역 갈등으로 인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자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본제품 불매를 선언했다. 이에 일본 맥주 수요도 크게 줄었으며,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 사이에서는 기존 재고를 저렴하게 판매한 후 더 이상 일본 맥주를 발주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2020년에는 일본 맥주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다. 수출입무역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5년 일본 맥주 수입량은 △2016년 5만2,944톤 △2017년 7만9,988톤 △2018년 8만6,676톤 △2019년 4만7,331톤 △2020년 6,490톤으로 집계됐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일본 맥주 수입량은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2019년은 2018년 대비 거의 반토막에 가까운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2020년 수입량은 2019년 대비 1.37%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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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냉장고에서 일본 맥주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 제갈민 기자

실제로 일본 맥주 수입이 줄어든 시점은 2019년 8월쯤부터다. 2019년 1~7월, 월평균 일본 맥주 수입량은 6,666톤 정도에 달했다. 그러나 2019년 8~12월 일본 맥주 수입량은 664톤으로, 월평균 133톤 정도 수준으로 감소했다. 노재팬이 터진 후 일본 맥주의 수입이 줄어든 것으로, 국내 유통량과 취급점도 함께 줄어든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1월과 2월 일본 맥주 수입량은 1,590톤으로, 전년 동기 448톤 대비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2월 수입량이 1만톤을 넘는 것과 비교해보면 아직 노재팬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노재팬으로 인해 나타난 현상은 일본 맥주 수입량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진행하고 있는 ‘세계 맥주 4캔 묶음 판매’ 대상에서 일본 맥주가 제외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일본 맥주 구매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해외 맥주를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을 방문한 소비자들은 일본 맥주를 포함해 세계 맥주 4캔을 집어 들었다가도 계산 과정에서 일본 맥주는 4개 묶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구매를 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4개 묶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해외 맥주를 굳이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들은 수요가 줄어든 일본 맥주를 들여놓을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A씨는 “노재팬 이후부터 (일본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줄어들어 당시 재고를 모두 소진하고는 따로 발주를 하지 않는 상황이고, 요즘 일본 맥주를 찾는 이들은 보기 드물다”며 “또 다른 수입 맥주와 달리 ‘4캔 묶음 판매’에 해당되는 상품이 아니라 들여놓더라도 4개 묶음 외 낱개로 구매해야해 판매량이 타 맥주 대비 상대적으로 적어 굳이 일본 맥주를 들여놓을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에 속하는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 편의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이 아닌 소규모 편의점의 경우에는 공급처에서 일본 맥주를 취급조차 하지 않아 납품을 받고 싶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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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맥주를 판매하는 편의점은 제한적이며, 4개 묶음 판매 대상에도 적용되지 않아 판매량도 적다. / 제갈민 기자

그나마 일본 맥주를 취급하는 편의점에서는 가격을 이전보다 저렴하게 책정해 판매하고 있다. 노재팬 이전에는 500㎖ 캔 일본 맥주의 편의점 판매가격이 3,000원을 상회했는데 반해, 현재는 2,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4캔 묶음 판매 대상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낱개로 구매하거나 4캔을 구매할 때 가격적인 면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도록 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맥주를 취급하는 한 편의점 관계자 B씨는 “국내 일부 소비자나 외국인 고객이 종종 일본 맥주를 찾기도 하며, 공급처와 관계로 인해 소량을 납품받고 있다”며 “그러나 확실히 노재팬 이후에는 일본 맥주를 찾는 이들이 크게 줄어들어 발주량은 재고량을 감안해 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요즘 대부분의 편의점에서는 한때 일본 맥주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 구미호·말표·퇴근길 등 생소한 국산 맥주를 채워뒀다. 일본 맥주 공급이 뜸해진 틈을 타 국산 맥주가 그 자리를 꿰찬 것이다. 소비자가 새로운 맥주를 맛볼 수 있게 된 점과 국산 맥주 시장이 성장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일본 맥주를 수입·판매하는 국내 기업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어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대형유통채널인 이마트나 롯데마트·홈플러스 등에서는 아사히나 기린이치방·삿포로·에비스와 같은 일본 맥주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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