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소비자 가전(CE)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LG전자의 실적을 뛰어넘더니,  반도체로 주춤할거라 예상했던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어닝서프라이즈로 견인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보복 소비 바람’을 탄 삼성전자 ‘소비자 가전(CE)’ 부문의 성장세가 매섭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이 주춤했던 올해 1분기에도 모바일(IM)부문과 함께 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어닝서프라이즈(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를 견인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백색가전’의 최강자라고 불리는 LG전자 가전 부문 실적을 뛰어넘기도 했다. 

지난 2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CE부문에서 총 3조5,600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익을 기록했는데, 생활가전(H&A)과 TV 등 홈엔터테인먼트(HE) 부문을 합친 LG전자 가전 부문 통합 영업익 3조3,200억원보다 약 2,400억원 가량 앞섰다. 

◇ 삼성가전 도약,  ‘비스포크’와 ‘프리미엄 TV’가 견인하다

이처럼 삼성전자 가전 부문의 약진은 어디서 추진력을 얻고 있는 것일까. 업계와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삼성전자 소비자 가전 부문의 급성장에는 ‘비스포크’와 ‘QLED TV’를 필두로 한 ‘프리미엄 가전제품’ 부문의 흥행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비스포크는 2019년 6월 삼성전자가 냉장고 제품으로 처음 선보인 커버 디자인 개인화 가전제품 제품 브랜드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구매 및 주문이 가능해 자신만의 디자인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비스포크는 지난 2019년 출시 이후 1년 반만인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출하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냉장고 제품군의 경우, 출시 6개월 만에 국내 냉장고 매출의 50%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으며, 지난해 말 전체 냉장고 매출의 약67%를 차지하고 있다. 냉장고뿐만 아니라 비스포크의 다른 제품군인 인덕션, 식기세척기 역시 높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월 출시된 비스포크 직화오븐은 삼성전자 국내 직화오븐 전체 판매 중 70%를 차지했고, 올해 6월에 출시한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는 약 50%를 차지했다.

증권가와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소비자 가전 부문의 급성장에는 ‘비스포크’와 ‘QLED TV’를 필두로 한 ‘프리미엄 가전제품’ 부문의 흥행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비스포크의 경우  지난 2019년 출시 이후 1년 반만인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출하량 100만대를 돌파하며 엄청난 흥행몰이를 진행 중이다./ 사진=삼성전자

‘전통의 강자’인 프리미엄 TV제품군의 꾸준한 호실적도 삼성전자 가전부문 성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TV 시장 매출 점유율 부문에서 연간 역대 최고 점유율인 31.9%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옴디아와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역대 최고 점유율로 1위를 달성하게 된 데에 8K고화질 기반의 QLED와 초대형 TV 집중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프리미엄 TV시장에서 OLED보다 생산 비용은 저렴하면서도 화질 및 성능에서 우수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

실제로 QLED TV는 지난 2017년 80만대가 판매된 이후, 2018년 260만대, 2019년 532만대로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779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QLED TV 판매 확대에 따라 2020년 삼성전자 전체 TV 매출액 중 QLED가 차지하는 비중도 35.5%까지 늘어났다.

여기에 8K의 고화질 TV 이용자들이 급증할 것이라는 시장 예측도 나오고 있어 삼성전자 TV부문 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에두아르도 뷔페니에 선임 연구원은 7일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8K의 고화질 TV를 선택하는 글로벌 TV 고객들은 2,500만 가구에 도달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고객들의 8K TV 선택은 더 큰 화면 크기로의 지속적 변화를 주도할 것이며, 향후에는 초대형 TV를 구입하려는 고객 중 8K가 아닌 TV를 찾는 사람은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리미엄 TV제품군의 꾸준한 호실적도 삼성전자 가전부문 성장을 이끌고 있다. QLED TV는 지난해 779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나며, 2020년 삼성전자 전체 TV 매출액 중 QLED가 차지하는 비중도 35.5%까지 늘어났다./ 사진=삼성전자

◇ 비스포크는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TV는 ‘진짜 QLED기술’ 확보해야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가전부문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제품군의 지속적 생산과 새로운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현재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비스포크의 경우만 해도 경쟁사들이 빠른 벤치마킹을 통해 유사한 콘셉트의 맞춤형 인테리어 가전제품들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LG전자만 해도, 지난 1월 세계 IT·가전 전시회 CES2021에서 오브제 컬렉션을 선보이며 삼성전자의 비스포크와의 정면 승부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달 LG전자에 따르면 2월 한달 동안 소비자의 50%가 같은 모델이라도 기존의 일반 모델이 아닌 오브제 컬렉션이 포함된 제품을 선택할 만큼 인기가 치솟고 있다.

아울러 현재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QLED TV의 경우에도 ‘반쪽짜리 QLED’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현재 삼성전자에서 QLED TV라는 명칭으로 제품을 생산하고는 있으나 정확히 말하면 진짜 QLED 기술보다는 ‘QD-LDC(퀀텀닷 LCD)’ 기술로 보는 것이 맞다는 것. 

QD-LCD는 기존 LCD패널에 녹색·적색의 퀀텀닷 필름층을 한 장이 집적하고, 백라이트로 백색 LED를 사용한 기술이다. 넓은 의미로는 QLED로 볼 수 있으나, 별도의 장치가 없어도 크기와 전압에 따라 스스로 빛을 내는 반도체의 결정인 퀀텀닷 소자를 이용한다는 의미의 QLED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삼성전자 역시 ‘진짜 QLED’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서두르는 중이다. 먼저 현재 생산 중인 QD-LCD TV 다음 기술로 알려진 QD-OLED TV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백라이트를 사용하고 있는 OLED TV와 달리 청색 OLED소자를 발광원으로 사용해 기존 OLED보다 한층 더 선명한 색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실제로 1일 KB투자증권 보고서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6월에 QD-OLED TV 시제품을 공개하고, 9월 최종평가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디스플레이는 소니 등 고객사의 최종 평가를 마친 후 올 4분기부터 QD-OLDE TV 패널을 본격 양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10월 청색 자발광 QLED 개발 성공에 관한 논문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청색 자발광 QLED 개발에 성공했으며, 발광 효율 또한 이론효율 수준인 20.2%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장은주 펠로우는 “자발광 QLED에 적용 가능한 청색 소재를 발굴하고, 소자 수준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입증한 것이 이번 연구 성과의 큰 의미”라며 “삼성의 독자적인 퀀텀닷 기술로 다시 한 번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고, 이번 연구성과를 통해 자발광 QLED의 상용화 속도를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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