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테마주’로 지목돼 주가가 크게 오른 성보화학의 최대주주 일가가 대대적인 주식 처분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윤석열 테마주’로 지목돼 주가가 크게 오른 성보화학의 최대주주 일가가 대대적인 주식 처분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윤석열 테마주’로 지목되며 주가가 크게 오른 성보화학의 최대주주 일가가 분주한 주식 매도로 빈축을 사고 있다. 테마주 현상의 실체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최대주주 일가가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파평 윤씨’ 최대주주 일가, 테마주 현상으로 현금 ‘두둑’

농약 제조 전문업체인 성보화학은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4월 말 4,000원대에 안착한 뒤 8월 중순 잠시 5,000원대로 오른 것을 제외하면 줄곧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 단숨에 6,000원대까지 껑충 뛴 것이다. 

하지만 실적이나 사업적인 측면에선 주가 상승 요인을 찾기 어렵다. 특히 성보화학은 지난해 3년 만에 500억원대 매출액을 회복했지만 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당기순손실의 경우 2019년 28억원이었던 것이 6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성보화학의 주가가 들썩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다름 아닌 테마주 현상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가운데, 성보화학은 ‘윤석열 테마주’로 지목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그런데 성보화학이 ‘윤석열 테마주’로 지목된 배경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최대주주 일가가 윤석열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게 이유다. 성보화학은 고(故) 윤장섭 창업주가 설립한 곳으로, 2세 윤재동 회장을 거쳐 현재는 3세 윤정선 사장이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즉, 성보화학은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적 행보에 따른 사업적 수혜 가능성은 물론이거니와 윤석열 전 총장과 최대주주 일가의 실제 관계도 불분명하지만 오로지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테마주가 돼 주가가 오른 것이다. 대다수의 정치인 테마주들이 비슷한 상황이지만, 성보화학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성보화학 최대주주 일가가 이 같은 ‘윤석열 테마주’ 현상을 적극 활용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3월 10일 이후 성보화학 최대주주 일가가 장내매도로 처분한 주식은 모두 합쳐 92만6,508주다. 처분단가는 5,900원부터 6,480원에 분포돼있고, 74억3,200여만원을 현금화했다. ‘윤석열 테마주’에 따른 주가 상승 이전과 비교하면 수십억원의 이익을 본 셈이다.

성보화학 최대주주 일가의 이러한 행보를 향한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실제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비판 또는 비난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최대주주 또는 경영진의 자사 주식 매도가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준다는 점은 아주 기본적인 사안”이라며 “테마주 현상에 편승해 뛰어든 주주들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최대주주 일가가 이를 사익추구에 활용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성보화학은 그동안 실적과 무관한 고배당으로 꾸준히 논란을 빚어왔다. 적자 등 실적 악화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고배당기조를 이어왔고, 이러한 배당은 대부분 7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일가에게 향했다. 2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지난해 역시 약 26억원을 배당했고, 이 중 20억원가량을 최대주주 일가가 챙겼다.

이와 관련, 주식시장 관계자는 “정치인을 비롯한 각종 테마주 현상이 발생하고, 이를 해당 기업 최대주주가 활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대부분 실체가 불분명한 만큼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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