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테마주’로 지목돼 주가가 크게 오른 성안이 상장폐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재명 테마주’로 지목돼 주가가 크게 오른 성안이 상장폐지 위기를 맞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여권의 주요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테마주로 지목돼 주가가 크게 올랐던 성안이 최대주주 일가 및 계열사의 주식 처분 논란에 이어 상장폐지 위기를 마주하며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불과 석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 사이에 나타난 일련의 행보가 정치인 테마주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과 함께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진다.

◇ 이재명 테마주로 ‘지폐주’ 등극한 성안

중견 섬유기업 성안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주가가 300원대 중반에 머무르며 ‘동전주’로 분류됐다. 그런데 올해 1월 중순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급등하더니 1,000원을 넘어 1,300원까지 치솟았다. ‘동전주’가 순식간에 ‘지폐주’로 뛰어오른 것이다.

하지만 성안에서는 주가 상승 요인을 찾기 어려웠다. 실적은 하락세가 뚜렷했고,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별다른 사안이 없었다. 

주가 상승을 이끈 요인은 다름 아닌 이재명 경기도지사였다. 이재명 도지사가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한 가운데, 성안이 이른바 ‘이재명 테마주’로 지목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이다. 

다만, ‘이재명 테마주’로 지목된 배경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이재명 도지사와 성안의 최대주주 일가 3세 박상완 부사장이 같은 중앙대학교 출신이라는 게 이유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전공분야가 전혀 달랐고, 실제 친분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재명 도지사의 정책과 성안의 사업 사이에 어떠한 관련도 찾을 수 없다.

성안 역시 지난 1월 조회공시요구 답변을 통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당사의 부사장이 중앙대학교 동문인 것은 사실이나, 그 이상의 아무런 친분관계가 없다”며 “아울러 과거 및 현재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당사의 사업에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최대주주 일가 주식 처분 이어 상폐 위기

이처럼 실체가 불분명한 정치인 테마주 현상을 등에 업고 주가가 크게 오른 성안은 이후 거듭 논란에 휩싸이며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성안이 ‘이재명 테마주’로 지목되는 요인으로 작용한 박상완 부사장은 주가가 크게 오른 1월 말부터 2월 초에 걸쳐 자신이 보유 중이던 성안 주식을 장내매도로 처분했다. 처분한 주식 규모는 202만4,493주, 현금화한 금액은 22억원에 달한다. ‘이재명 테마주’ 현상으로 주가가 오르기 전과 비교해 약 15억원의 추가 이익을 봤다. 

박상완 부사장의 이 같은 주식 처분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최대주주 일가가 테마주 현상을 적극 활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회사 및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자 책임경영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런데 박상완 부사장이 주식을 처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성안은 종속회사인 성안합섬에서 자금횡령사고가 발생했다는 악재성 공시를 냈다. 이에 성안의 주가는 급락했고, 다시 ‘동전주’로 돌아왔다. 이로 인해 박상완 부사장의 주식 처분은 더욱 날선 비판을 받았고, 내부정보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이후다. 성안은 지난달 22일 공시한 2020년도 감사보고서가 감사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주식거래가 중단됐고, 상장폐지 위기를 마주한 상태다. 불과 두 달여 사이에 테마주 현상으로 ‘동전주’에서 ‘지폐주’로 올라서더니, 최대주주 일가의 주식 처분 이후 다시 ‘동전주’로 추락한 데 이어 주식거래가 중단되기에 이른 것이다. 

성안은 지난 12일 상장폐지 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다만,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고 주식거래가 재개되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테마주 현상을 좇는 일반 투자자들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를 최대주주 일가나 경영진이 활용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더 심각한 문제”라며 “테마주로 주가가 오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래정지를 맞게 된 성안의 모습은 테마주 현상의 민낯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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