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조국 사태’도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조국 사태’도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국 사태’를 놓고 또다시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조국 사태’는 친문과 비문의 오랜 갈등 요소 중 하나다.

지난 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명하면서 시작된 ‘조국 사태’는 조 전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난 그해 10월까지 두 달 넘게 정국을 뒤흔들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 전 장관 자녀들의 입시 의혹, 사모펀드·웅동학원 문제 등 가족 관련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조국 사태’는 ‘조국 찬반’ 의견이 충돌하면서 극심한 정치‧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 특히 ‘조국 사태’는 ‘기회 평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라는 문재인 정부의 모토를 크게 퇴색시키면서 민심 이반을 초래했다. 또 여권의 대표적인 ‘내로남불’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 강성 친문의 반발

그러나 강성 친문은 조국 전 장관을 검찰개혁과 동일시하며 조국 수호에 앞장서 왔고, 비문은 이 같은 친문의 행태가 민심 이반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조국 사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비문과 일부 초선 의원들이 재보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조국 사태’를 꼽자 강성 친문이 강하게 반발했다.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 등 민주당 20~30대 의원 5명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며 “검찰개혁은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정책이었으나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국민의 공감대를 잃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들을 ‘초선 5적’, ‘초선족’ 등으로 부르며 거세게 비난했고, 해당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도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주요 현안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해왔던 김해영 전 최고위원도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사태에서 저는 우리 민주당이 너무나 큰 실책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지금도 당에서 조국 전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민주당이 당심과 민심의 간극을 줄이고, 진정한 성찰과 혁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당시 조국 전 장관 사태에서 당이 어떠한 이유로 그러한 입장을 취했는지에 대한 설명과 그러한 국민적 분열을 야기한 주된 책임이 있는 사람의 진정성 있는 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의 이 같은 글에는 “민심은 조국 수호였다”, “국민의힘으로 가라” “다음에 절대 공천 못 받을 거다” 등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강성 친문 의원들은 ‘조국 사태’를 재보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꼽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했기 때문에 ‘조국 사태’에 대한 평가는 끝났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김경협 의원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에서 “패인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조국 전 장관 문제,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작년 총선 이전에 발생했던 문제다. 그리고 총선 때 이미 평가받은 사안으로 본다”며 “이것을 보궐선거의 패인으로 분석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3월초까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 1등이었다. LH 사태 후 급격히 여론이 기울었다”며 “조국, 검찰개혁이 문제였다면 총선 때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서초동 촛불정신을 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국회에서 화상 의원총회를 열고 4‧7 재보궐선거 참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국회에서 화상 의원총회를 열고 4‧7 재보궐선거 참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뉴시스

◇ “조국 사태 때부터 민심 불만 누적”

그러나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던 것은 민심이 여당에게 ‘조국 사태’에 대해 면죄부를 줬기 때문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민심이 ‘조국 사태’로 인해 여권에 실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에 총선 승리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이번 재보선 참패는 ‘조국 사태’ ‘추미애-윤석열 갈등’ ‘박원순‧오거돈 사태’ 등 정부여당의 실정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부동산 문제나 LH 사태가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하면서 폭발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연 국민들이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밀어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왜 생겼나. 따지고 보면 ‘조국 사건’이 출발점이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조국 사태 때부터 집권세력의 오만과 독선, 위선, 무능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LH 사태는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라며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했기 때문에 조국 사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의 인식은 환자의 병의 원인도 모르고 병을 고치겠다고 나선 의사와 똑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도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민심은 문재인 정부에게 힘을 실어줬던 것이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행태가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쪽을 심판했던 것”이라며 “이번에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패배한 원인은 단순하게 LH 사태 때문만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조국 사태 이후부터 계속해서 불만이 누적된 것”이라며 “이번에 민심이 심판한 원인에 대해 민주당이 인정하지 않으면 다음에 또 심판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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