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일본 자회사 카카오재팬이 자체 콘텐츠 개발력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본 만화 시장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함과 동시에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까지 견인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사진은 일본 만화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카카오엔터
카카오의 일본 자회사 카카오재팬이 자체 콘텐츠 개발력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본 만화 시장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함과 동시에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까지 견인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사진은 일본 만화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카카오엔터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카카오의 일본 자회사 카카오재팬이 자체 콘텐츠 제작력을 키워 경쟁력 확보에 나설 모양새다. 전세계 만화 시장 1위인 일본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함과 동시에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까지 견인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 픽코마, 日서 라인망가 제쳤다… 자체 IP 확보 시급

카카오재팬은 한국 내에 첫 번째 자회사 ‘스튜디오 원픽’을 개설하고 경쟁력 있는 한국 웹툰 콘텐츠 발굴 및 육성에 나선다고 19일 밝혔다. 스튜디오 원픽은 지난 2월 웹툰 콘텐츠 제작을 위해 설립된 카카오재팬의 자회사다. 한국 만화 잡지 시장의 전성기를 만든 ‘아이큐 점프’의 편집장 출신 김현주 대표를 비롯해 웹툰‧웹소설 전문 기획자 및 현직 웹툰 인기 각색 작가가 이끌고 있다.

스튜디오 원픽은 일본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웹툰‧웹소설 플랫폼 ‘픽코마’의 연재와 한국 플랫폼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콘텐츠 제작을 맡는다.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의 우수한 지식재산권(IP)과 글로벌 웹툰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의 제작 노하우를 결합시켜 경쟁력 있는 웹툰 콘텐츠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카카오재팬은 대원미디어의 자회사 스토리작이 함께 일본에 설립한 ‘셰르파스튜디오’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스튜디오 원픽을 역량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요람으로 키워간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재팬의 행보를 놓고 업계에서는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일본 만화 시장에서의 입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한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조사기관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비게임 부문 앱 매출 순위 기준으로 픽코마가 1위에 올랐다. 올해 1분기 전세계 비게임앱 매출 순위 기준으로는 9위를 기록했다.

픽코마보다 앞서 일본 만화 시장 공략에 나섰던 라인의 ‘라인망가’는 일본 비게임 부문 앱 매출 순위 2위로 밀려났고 전세계 비게임앱 매출 순위 10위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픽코마가 한국 웹툰을 일본어로 번역해 서비스하기 시작하면서 라인망가를 앞질렀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라인망가는 일본의 현지 출판 만화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한국 웹툰으로 일본 만화 시장 공략에 성공한 픽코마의 실적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카카오재팬에 따르면 픽코마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한 4,146억원이다. 

그러나 현재 픽코마에서 제공하는 웹툰의 수가 현저히 낮다. 카카오재팬에 따르면 픽코마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 중 웹툰의 비중은 약 1%에 불과하다. 나머지 약 99%는 기존 일본 만화를 스캔해 디지털코믹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국 웹툰으로 픽코마가 실적의 40~50%를 견인하고 있지만 웹툰 콘텐츠 비중이 현저히 낮아 웹툰 플랫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웹툰을 발판 삼아 일본 만화 시장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 시장 진출까지 노리고 있는 카카오재팬도 이를 인식하고 최근 대원미디어와의 합작 스튜디오 설립, 한국 내 첫 번째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한국 웹툰 공급에 적극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카카오재팬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까지 진출해 픽코마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올해 최대한 많은 한국 웹툰을 제작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재팬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로부터 웹툰 콘텐츠 IP를 받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체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의 양에 한계가 있다. 웹소설, 영상화 등 IP를 확장하기 위한 절차도 번거로운 상황이다.

네이버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자체적으로 IP를 보유하고 적극적으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IP를 확장하고 있는 반면 카카오재팬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IP를 자유롭게 확장할 수 없어 내부에서는 픽코마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재팬은 올해 자체적으로 한국 웹툰을 공급하고 IP에 대한 소유권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해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힘을 실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 가능한 IP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이 때문에 경쟁사들이 원천 IP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카카오재팬도 카카오엔터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IP풀을 늘리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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