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 해에만 길에 버려진 동물, 13만5,000여마리.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1,500만명에 육박하지만, 반려동물 관련 인식 정착과 제도 마련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시사위크>는 유실·유기동물의 현황을 점검해보고 버려지는 동물의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강아지를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으로 취급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동물보호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반려견의 유기·파양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입을 모아 말했다. /뉴시스
“강아지를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으로 취급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동물보호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반려견의 유기·파양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입을 모아 말했다. /뉴시스

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강아지를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으로 취급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번 기사를 취재 하면서 만난 동물보호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반려견의 유기·파양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입을 모아 말했다.

◇ 번식장→경매장→펫숍… 쉽게 끊기지 않는 ‘악순환’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개를 물건으로 취급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번식장’이 그 시작이다. 번식장은 말 그대로 ‘개들이 번식을 하는 공간’이다.

이곳에 있는 수많은 모견(母犬)과 부견(父犬)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평생 강제적인 교배를 통해 자견(子犬)을 낳는다. 사실 ‘낳는다’기 보다 ‘배를 갈라 꺼낸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 한 관계자는 “몸집이 작은 모견의 경우 자연분만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번식장 안에서 관련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불법 마취, 수술을 해 배를 가르고 새끼 강아지를 꺼낸 뒤 봉합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생산’해 낸 강아지들은 ‘경매장’으로 이동한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상태에서 모견과 ‘생(生)이별’ 하는 것이다. 경매장에 모인 사람들은 마리당 3~4만원에 강아지를 구입하고, 강아지들은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펫숍(Pet Shop)’으로 거처를 옮긴다.

펫숍들은 좁은 유리장에 강아지들을 ‘진열’해 놓고 분양한다. 또 포털사이트를 통해 ‘말티즈·푸들 30만원부터, 치와와·요키 30만원부터, 비숑·포메 40만원부터’라며 광고한다. 품종견의 경우 ‘프리미엄’ ‘VIP’ 등을 내세워 많게는 수백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기도 한다.

이처럼 번식장에서 경매장, 펫숍으로 ‘유통’되는 과정으로 인해 동물을 쉽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된다. 돈만 있으면 펫숍에서 귀여운 강아지를 분양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런 환경이 유기·파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앞서 언급했듯 번식장 모견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새끼를 갖고 출산한다. 이런 상황에서 태어난 자견들은 병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으며, 모견이 갖고 있던 스트레스도 고스란히 물려받게 된다.

동물보호단체 한 관계자는 “펫숍에서 분양받은 강아지들이 데려온 지 얼마 안 되서 아프거나 죽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라며 “모견의 스트레스를 비슷하게 지니고 태어나기 때문에 커서 분리불안 같은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너무 자주 아파서’ ‘(분리불안 등으로 인해) 외출 시 계속 짖어서’ 등의 이유로 유기되거나 펫숍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버려지거나 파양되는 강아지들은 다시 번식장으로 돌아가 평생을 모견 혹은 부견으로 살아야 하는 상황에까지 도달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9년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려동물 입양경로로 ‘펫숍 등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 이용’이 23.2%로 나타났다. 사진은 시민들이 한 펫숍 앞에서 동물들을 구경하는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2019년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려동물 입양경로로 ‘펫숍 등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 이용’이 23.2%로 나타났다. 사진은 시민들이 한 펫숍 앞에서 동물들을 구경하는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쉽게 끊기지 않는 이유는 펫숍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즉, 수요가 있으니 계속해서 공급이 끊이지 않는 셈이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019년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려동물 입양경로로 ‘펫숍 등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 이용’이 23.2%로 나타났다. ‘동물보호시설에서 입양’은 9.0%에 불과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펫숍에 있는 강아지들 보면 너무 예쁘고 귀여운 건 맞다. 그래서 펫숍에서 강아지를 분양받는 사람들이 이해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동물 유기, 파양 근절을 위해서는 펫숍에서 사는 것을 멈추고 유기견을 입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반려동물 분양 절차와 자격 제도의 부재가 동물 유기·파양의 한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려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분양을 받음으로써, 유기·파양으로까지 쉽게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분양 절차 관련 규제에 대한 법안이 마련될 지는 미지수다. 올해 1월 27일 반려동물 소유·사육 전 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접수 단계를 겨우 통과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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