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사회'가 도래하면서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제외한 글로벌 IT선진국들은 원격의료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술이 있음에도 규제 및 의료계 반대로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2019년 말부터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정보통신(IT)기술 기반의 ‘언택트 사회’의 촉발을 가져왔다. 과거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은 이제 당연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언택트 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원격의료 시스템’ 도입에 대한 이슈다. 산업적 가치와 세계 시장 정세에 따르면 원격의료의 도입은 필연적이지만,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하는 진영 측의 논리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 점점 커지는 원격의료시장… 미국·유럽 등 선진국 도입 경쟁 ‘치열’

일단 원격의료 도입의 찬반 의견에 앞서 글로벌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확실히 원격의료기술은 IT산업 분야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해마다 원격의료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데, 2019년 12월 발발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이를 촉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가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8년 343억달러(한화 38조 3,577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은 오는 2026년 1,857억달러(한화 207조 6,683억원)로 441.4%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전 세계적인 원격의료 산업 발전의 물꼬를 텄다.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싱가폴 등 아시아 선진국들도 서둘러 원격의료 도입에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AP

IT선진국들의 원격의료 도입도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원격의료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비싼 의료 비용 문제 해결과 환자 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 행정부와 보건복지부(HHS)는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조치 중 하나로 원격의료 서비스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대부분의 원격의료 관련 메디케어 치료비 부담 요건을 면제하고 있으며, 거주지역에 관계없이 원격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원격진료는 대면진료와 동일한 요금으로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의료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의료정보보호법(HIPPA) 일부를 예외 적용해  의사가 환자와 영상통화기능을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시아의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선진국들 역시 원격의료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는 추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글로벌 보건산업동향’ 보고서에서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중국은 의료제공자의 89%가, 싱가포르는 64%가 이미 원격의료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엔 지난 2018년 재진에 대해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또한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부터는 초진까지 허용하고 있는데, 정부차원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무료원격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원격의료시장이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5월 글로벌 IT컨설팅 업체 인텔렉트소프트에 따르면 올해 AI 기반 의료시장 규모는 66억달러로 지난 2014년 6억달러 규모 보다 10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이미 AI를 활용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집행위원회(EC)는 코로나19 진단 속도를 높이고 환자 치료를 개선하기 위해 폐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이미지를 부석할 수 있는 AI를 벨기에, 에스토니아, 프랑스 등 유럽 전역 10개 병원에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라는 호칭답게 세계적인 수준의 원격의료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와 의료계 반대로 인해 실질적 도입은 아직 힘든 상황이다./ 사진=KT

◇ 기술은 있는데… IT업계, “한국은 기술 있음에도 원격의료 논의조차 힘들어”

이처럼 글로벌 IT선진국들이 원격의료분야에서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자 국내 IT분야 전문가들과 업계 종사자들도 우리나라 역시 서둘러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서 개최한 ‘원격의료 글로벌 동향 및 한국의 대응방향’ 세미나에서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국민들의 원격의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도입에 따른 부작용 방지방안을 전제로 관련 규제완화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도 긍정적이다. 전경련이 지난해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원격의료 도입에 대해 긍정의견이 62.1%로 부정의견 18.1%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하지만 긍정적인 국민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에 원격의료를 도입하기 위해선 많은 장애물과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존재하는 실정이다. 진료의 정확성과 안전상의 이유로 의료계의 반발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부터 정부에서는 다양한 관련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인해 원격의료 도입에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원격의료의 확산은 전세계적 추세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허용하는 논의조차 거의 없다”며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정부안과 의원안이 각각 발의되었으나 회기만료로 폐기되었고 21대 국회 들어서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정부와 원격의료 서비스 계약을 맺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한국기업이 국내에서는 사업기회 조차 얻지 못하고 해외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의료계 종사자들 다수는 원격의료가 진료의 정확성과 안전상의 이유로 부적절하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다만 몇몇 의료계 전문가들은 원격의료는 시대적 흐름이며, 이를 도입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원격의료 도입을 위해선 △사회적 합의 △정부 지원 △법․제도적 정비의 3가지 조건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진=뉴시스

◇ 의료계, “시대적 흐름엔 동의하지만 사회적·제도적 정비 있어야”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의료계 전문가들도 원격의료가 시대적 흐름인 만큼, 도입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봤다. 

김아름 인하대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은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아태지역 중국, 싱가포르, 호주는 원격의료 도입 초기부터 영리기업이 플랫폼 개발을 주도했다”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정부지원이 두드러지면서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원격의료를 적극 도입한 반면 한국은 도입에 보수적”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원격의료 도입을 위해선 △사회적 합의 △정부 지원 △법․제도적 정비의 3가지 조건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백남종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원격의료는 소비자인 환자의 편의성 및 미래의학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백남종 교수는 “공급자인 의사 입장에서 원격의료는 의료사고의 리스크는 크고 시간은 더 걸리면서도 수익성을 별로 없어 의사들이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남종 교수는 “영리화 및 의료서비스 질 저하에 대한 우려의 해소, 개인정보 보호, 합리적 보험수가 등은 고려해야 할 과제”라며 “1차 의료기관이 소외될 지 모른다는 우려를 해소하고, 현 의료시스템 내에서 적용이 가능한 부분부터 서서히 확대해 가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격의료 도입에는 사회적 합의, 정부의 지원,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특히, 법․제도적 측면에서 가이드라인과 의무사항을 만들고 합리적 보험수가와 지불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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