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는 어린이보호구역은 물론 전국 모든 도로에 설치된 무인단속카메라에 단속되지 않는다. /뉴시스
오토바이는 어린이보호구역은 물론 전국 모든 도로에 설치된 무인단속카메라에 단속되지 않는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서울에 거주하며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두 아이를 키우는 조민아(가명) 씨는 얼마 전 아찔한 일을 겪었다. 두 아이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오토바이 한 대가 쌩하고 지나간 것이다. 하마터면 부딪힐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다. 놀라서 아이들을 품에 감싼 조씨는 다시 신호등을 봤지만 분명 보행자 신호였다. 심지어 횡단보도는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위치해있었고, 과속과 신호위반을 단속하는 무인단속카메라까지 설치돼있었다.

◇ 어린이보호구역 무인단속카메라, 오토바이 앞에선 ‘무용지물’

조씨가 겪은 일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대다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종종 또는 자주 겪거나 목격하는 일이다. 특히 지난해 3월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내 무인단속카메라가 증가하고,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음식 시장이 더욱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무인단속카메라를 무시하는 오토바이의 모습이 더욱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처럼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무인단속카메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법규 위반을 저지르는 오토바이들은 무슨 배짱으로 그러는 것일까. 범칙금이나 과태료를 물더라도 빨리 가는 것이 더 이득이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있지만, 오토바이는 무인단속카메라에 단속되지 않는다. 어린이보호구역 뿐 아니라 전국 모든 도로에서, 어떤 무인단속카메라에도 단속되는 일이 없다.

그 이유는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무인단속카메라가 모두 전면번호판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법상 오토바이는 전면이 아닌 후면에 번호판을 부착한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100조(이륜자동차 번호판의 부착 등) 2항은 “이륜자동차번호판을 이륜자동차의 뒷부분에 붙이고 왼쪽의 접착부분에 봉인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 교통국 교통운영과는 “현재 운용 중인 무인단속카메라로는 오토바이를 단속할 수 없다. 전면번호판을 인식하는 방식인데, 오토바이는 전면번호판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2019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무인단속카메라에 단속된 이륜차는 단 한 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바이의 번호판을 후면에 부착하도록 하는 이유는 ‘안전’ 때문이다. 전면에 부착할 경우, 오토바이의 주행안전성을 해칠 뿐 아니라 사고 시 보행자나 오토바이 운전자가 더 큰 상해를 입을 우려가 크다.

하지만 이러한 맹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보니 안전을 위한 규정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 분주한 대책 마련… 이번엔 성과 낼까

최근 도심지역 차량 제한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이 전면 시행되는 등 교통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토바이가 무인단속카메라의 단속망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은 커다란 사각지대가 아닐 수 없다. 

실제 2015년 말 216만1,774대였던 국내 이륜차 등록대수는 지난달 말 기준 229만1,878대로 5년여 사이에 13만대 이상 증가했다. 이와 함께 오토바이 관련 사고 및 피해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0년 1만950건이었던 이륜차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1만8,467건으로 68.6% 증가했고, 1만3,142명이었던 부상자 수는 2만3,584명으로 79.4% 급증했다. 오토바이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숫자는 한 해 400명대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 서울에서 이륜차 교통사고로 사망한 65명 중 24명은 배달 종사자였다. 배달음식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오토바이 사고라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무인단속카메라가 오토바이를 단속하지 못하는 문제는 꽤 오래전부터 지적돼왔고, 법안 발의 등 해결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해결 방안은 크게 오토바이에 전면번호판을 부착하는 것과 무인단속카메라가 후면번호판까지 인식하는 것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과로 이어진 것은 없다. 

다행인 점은 최근 들어 문제 해결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후면번호판도 무인단속카메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이륜차 무인교통단속장비 개발을 위한 도입방안 연구 용역’을 지난해 발주했다. 이를 수행 중인 도로교통공단은 기존과 달리 영상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영상분석기술을 적용한 장비 및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실제 도입될 경우 오토바이의 과속이나 신호위반은 물론 안전모 미착용, 보도통행 등도 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연내에는 본격적인 시범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신규 장비 및 시스템이 확대 적용되기까지 적잖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며 오토바이 번호판을 인식이 원활하도록 개선하는 조치 등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오토바이에 전면번호판을 달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이륜차 번호판을 전면과 후면에 의무 부착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각에선 최소한 배달 등 영업에 활용되는 오토바이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전면번호판 부착 등 특단의 대책을 적용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업용 오토바이의 사고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시간이 곧 돈인 업무 특성상 자율에 맡기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종결론 : 사실
 

근거자료
-경찰청 교통국 교통운영과 답변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10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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