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이대남 표심잡기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내에선 이에 대한 불편한 기류도 감지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치권에서 이대남(20대 남자) 표심 잡기가 한창인 가운데, 국민의힘 내에선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앞장서 ‘이슈 몰이’를 하고 있지만, 자칫 이러한 분위기가 당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새어 나온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이대남’을 향한 구애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재보선 선거 결과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 72.5%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이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20~30대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성 평등이라고 이름 붙인 왜곡된 남녀 갈라치기를 중단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20대 남성표가 갈 일은 없다”고 덧붙이며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대남 잡기 불씨는 민주당으로도 옮겨붙었다. 민주당 내에선 ‘징병제 폐지’, ‘여성 징병제’, ‘군 가산점 도입’ 등 목소리도 새어 나왔다. 사실상 국민의힘으로 향한 20대 남성의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

이같은 분위기는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20대 남자가 이번 재보선에서 의미 있는 행동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 행동이 여야 어느 쪽으로 가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힘이 되다 보니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느긋한 상황이 아니라 바짝 조여야 할 상황”이라며 “큰 선거가 있는 상황에서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이들에 대한 구애가 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젠더 갈라치기’ 이미지 우려도

이것은 국민의힘 전체의 의견은 아니다. 그럼에도 당 일각에선 이에 기대는 모습이 심심찮게 연출된다. 국민의힘 청년문제 연구소인 ‘요즘것들연구소’는 23일 재보선 평가 분석에서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의 몰표 현상은 젠더 문제가 한국 사회의 대표적 갈등 구조로 표출된 것이며 이를 해결하려면 섬세한 분석과 감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구도가 오히려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대남 표심 얘기만 떠들어대고, 이대녀 표심 얘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남성우월주의 사회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선거를 전후로 소위 ‘이대남’을 언급하며 청년을 갈라치는 얕은 상술만 보일 뿐”이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자중의 목소리가 들린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2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권이나 여론에서 이대남과 이대녀를 갈라치기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586세대에 잠식당한 기회의 사다리를 다시 놓아주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재보선 결과에 대해 ‘이대녀 표심’을 얻지 못한데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이 ‘여성 친화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지금 우리가 문재인 정부에게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갈라치기 한다'고 지적하는데, 이것도 그런 식으로 될 수가 있다”며 “그렇게 접근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20·30 여성들이) 우리 당이 그동안 해왔던 것에 대해 믿지 못한 부분 때문에 다른 쪽을 지지했던 것을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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