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보호법 발효 후 전월세 물량이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각 지역마다 월세마저 최고가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최정호 기자  부동산거래 포털 사이트 ‘아실’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월세 물량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 개정안이 시행된 2020년 7월보다 현재(23일) 4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임법 시행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2년 연장한 임차인들이 많기 때문에 전세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2022년이 되면 이들의 2년 계약 연장이 만료된다. 전문가들은 2022년에도 전세값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주임법의 핵심인 이른바 ‘5%룰’과 ‘계약갱신청구권’이 불완전한 법이기 때문에 2022년에 임차인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2022년 수많은 임차인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고돼 전월세 시장은 대혼란 국면으로 치닫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5%도 비싸다… “임대료 상한 조례로 지정해야” 

A씨는 2019년 3월 서울 불광동 인근에 전셋집을 2억5,000만원 계약하고 올해 제2금융권에  대출 받아 2억6,250만원(5% 인상 금액)에 재계약했다. A씨가 2년 계약갱신청구권을 요구하자 임대인은 5%룰을 이용해 전세값을 1,250만원 인상한 것이다. A씨의 전 재산 2억5,000만원으로는 지금까지 거주한 수준의 전셋집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재계약 한 것이다.  

‘5%룰’은 임차인이 전세 계약갱신(2년)을 요구할 때 임대인이 임대료를 5%까지만 인상할 수 있게 해 놓은 법이(주임법 7조2항)다. 박혜성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최근엔 전월세 매물이 귀해져 5% 인상을 하지 않으면 계약 갱신을 해주지 않겠다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이는 임대인이 법을 악용한 게 아니라 현 임대차 시장의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 소재 한 부동산 대표는 <시사위크>와 인터뷰에서 “임대료 인상은 임대인의 몫”이라며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요구할 때 임대료 상승 폭을 5%까지만이라도 올려 줄 수 있게 법으로 정해 놓은 임대인의 권리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5% 인상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대진 변호사는 <시사위크>와 인터뷰에서 “뉴욕의 경우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임대료 위원회’가 있어 임대료 상한을 정한다”며 “그동안 임대료를 임대인 마음대로 올릴 수 있게 해 놓은 건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임법에 의하면 5%룰은 지방자치 조례로 변경될 수 있다. 상위법인 주임법에서 5%까지만 올릴 수 있게 해 놓았기 때문에 그 이상을 올릴 수 없다. 다만 지자체장이 조례로 5% 이하로 낮출 수 있게 해 놓았다. 아직 이를 조례로 제정한 지자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임대인이 먼저 인상 요구… “실거주 할테니 나가라”

주임법의 맹점 중 하나는 임차인이 먼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으면 임대인이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경기도 임대차3법 법률 상담센터에 접수된 사례 중 B씨의 경우, 임대 만기일이 될 무렵 임대인이 임대료 인상을 10% 요구해 이사를 갈 수밖에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B씨가 계약갱신청구권과 함께 임대료 인상을 5% 이하로 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임차인이 먼저 계약갱신청구권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대인 측은 ‘임대료 10% 인상’을 제안했고 “임대료 10% 인상을 거부하면 내가(임대인) 실거주 하겠으니 나가라”고 통보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임대인은 주임법 6조 3항 ‘임대인(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거주할 경우’ 임차인의 계약 갱신권을 거부할 수 있게 돼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해당 조항을 이용해 임대인들이 실거주를 하지 않고 다른 임차인에게 임대를 준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부동산협회 경기북부지부 양정아 대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임차인이 해당 전셋집에 대해 2년간 정보 열람을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집주인이 실거주를 안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주임법 제62조 3 제5항)”고 했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발간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서’에 따르면 “임대인이 갱신거절사유를 명확히 제시하고 그에 대한 증거도 대야 한다”고 돼 있다. 또 “임대료 인상 제안을 임대인이 먼저 할 경우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는 게 분명해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집주인이 실거주의 목적으로 임차인을 내보내면 ‘전월세 대란’인 요즘 상황에선 살 집이 없게 된다는 점이다. 양 대의원은 “내가 공인중개사로 활동하고 있는 파주 지역 월세가가 최고치를 찍었다. 그만큼 전월세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고 했다. 

◇ 임차인 꼼수도 등장… “법 보완 필요 시급”

양 대의원은 “지난해 일부 젊은 임차인들이 5%를 먼저 올려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들은 2년 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원계약 2년+5%룰 적용 2년+계약갱신청구권 2년, 총 6년의 계약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전월세값이 안정되지 않아서다. 2년 후 지금 거주지 수준의 전월세집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혹은 집을 구할 수 없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독일‧프랑스‧일본 등의 경우 계약갱신을 최대한 길게 보장한다. 또 임대인이 임차인을 내보내는 사유는 실거주의 목적이 분명할 경우만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임법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번 보장한다. 여기에 임대인이 실거주할 경우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게 해 놓아 임차인을 보하기에는 불완전하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임차인을 보호하기에는 주임법이 성숙하지 못한다”며 “2020년 법 시행 후 계약 갱신이 끝난 2년 후 많은 임차인들이 전세대란인 임대차 시장에 노출돼 법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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