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토론회에서 참석자 소개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거대한 개혁담론보다 ‘민생 개혁’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토론회에서 참석자 소개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거대한 개혁담론보다 ‘민생 개혁’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7 재보궐선거 이후 정부여당과 사실상 차별화 행보를 보여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차별화’라는 평가를 극구 부인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지난 8일 “당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 이후 정치적 언행을 자제해오다 지난 20일 SNS 활동을 재개하며 다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청소·경비 노동자 휴게시설 토론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일상적 삶에서 멀리 떨어진 거대한 개혁담론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일상적 삶을 개선하는 작은 실천적인 민생 개혁이 정말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친문 주류가 주도했던 개혁 담론보다 민생 개혁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지사는 자신의 강점인 ‘정책적 행보’도 더욱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여권과 이견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새롭게 다른 나라들이 개발해 접종하고 있는 백신들을 경기도에서라도 독자적으로 도입해서 접종할 수 있을지를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경기도 코로나19 백신 독자도입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지사는 지난 21일에는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를 포함한 다양한 백신의 공개 검증을 청와대에 요청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지사를 향해 “백신 구매는 식약처나 질병청,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될 일로 지자체가 할 일은 따로 있다”며 “혼란만 초래할 수도 있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서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주택 정책의 핵심은 실거주용이냐, 투기 수단이냐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라며 “실거주용 1주택 또는 2주택에 대해서는 생필품에 준하는 보호를 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 이재명 “다름은 있더라도 차별화는 없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 지사는 ‘차별화’가 아닌 ‘다름’이라며 주장하며 ‘차별화 전략’이라는 시각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 지사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다름은 있더라도 차별화는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일각에서 최근 제 발언을 두고 정부와 차별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고 갈라치기를 시도한다”며 “그러나 저는 민주당의 노선을 계승, 발전시키려는 것뿐이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민주당 정권, 문재인 정부의 일원으로서 모든 공과와 책임을 함께 감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간의 성과 위에 부족한 것은 채우고 필요한 것은 더해 일부 다름은 있겠지만 의도에 의한 차별화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가 뭐래도 민주당은 저의 요람이며 뿌리”라며 “정치 입문 이래 한 번도 당을 떠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수평적 정권교체의 역사적 과업을 이루신 김대중 대통령님,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참여민주주의를 여신 노무현 대통령님, 촛불항쟁의 정신 위에 3기 민주정부를 이끌고 계신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앞장서 끌어 오신 수레를 민주당원들과 함께 저 역시 힘껏 밀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민주당 내 ‘이재명계’인 정성호 의원은 YTN에 출연해 이 지사의 최근 행보에 대해 “저는 (이 지사가)현안에 대해서 목소리를 낸다는 것보다도 어쨌든 경기도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성공시키는 게 이재명 지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지사로서 코로나19 방역, 민생경제 회복, 부동산 투기 근절 이런 정책들을 차분차분하게 실천해나가고 그 성과를 경기도민에게 보이는 게 문재인 정부와 함께 가는 길”이라며 “또 본인이 대선주자로서 국민들에게 신뢰도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이 지사도 같은 생각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 측이 이처럼 ‘차별화’라는 시선에 경계심을 표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이 지사의 불안감의 발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여권 내 대선 경쟁구도에서도 압도적 지지율 차이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민주당의 최대 주주인 친문 세력의 신뢰는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선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민심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할 수밖에 없지만, 민주당 경선을 통과하려면 친문 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당심을 얻어야만 한다. 이 지사의 최대 딜레마는 친문의 지지를 완벽하게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심’과 ‘민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이 지사는 그동안에도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문제 등에 대해서도 여권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차별성을 보여왔다.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친문 지지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식으로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해왔다.

이번에도 재보선 이후 자신이 보인 행보를 놓고 ‘차별화’라는 평가가 나오자 친문 표심을 의식해 ‘차별화’가 아닌 ‘다름’이라며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지사가 ‘다름은 있더라도 차별화는 없다’고 했는데 다른 것이 사실상 차별화다”라며 “차별화라는 평가가 나오니까 친문 권리당원들을 의식해 ‘이러면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한 발 빼고 후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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