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통합을 앞두고 국민의당이 전 당원 의견 수렴을 마치고도 합당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야권 통합의 중심에 선 국민의당이 합당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번 주 안으로 합당과 관련, 지도부의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합당에 대해 ‘조건’을 걸고 있기 때문에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합당이 장기화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최고위원회 비공개회의는 그동안 시·도당 당원 간담회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며 “찬성하는 부분조차도 조건부 합당에 대한 의견이 많아서 오늘 저녁 비공개로 최고위원들을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국민의당은 지난 16일부터 각 시·도 당원들을 만나 의견 수렴에 나섰고, 전날(25일) 서울시당 간담회를 마지막으로 과정을 마무리 지었다. 큰 틀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민의당에 따르면, 시·도당마다 차이는 있으나 3분의 2가량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곧바로 합당 결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찬성하는 당원들조차도 이견이 존재하는 데다, 지도부의 의지로만 합당을 결의할 경우 잡음이 새어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과거 합당 과정에서 분당’을 했던 기억까지 떠올린 것은 이같은 우려를 여실히 보여준다.

당은 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전 당원 투표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안 대변인은 “(찬성한 분들도) 그동안 추구했던 중도나 실용 이런 것들이 반영되야 하고, 혁신과 공정, 개혁을 전제로 한 합당이어야 한다는 등 조건이 많다”며 “추가로 참석하지 못한 당원들의 의견도 필요하다면 설문조사나 여론조사, ARS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이 사실상 ′흡수 합병′은 안된다는 강한 기류를 내비치면서, 신설 합당에 무게를 싣는 만큼, 정치권에선 합당 국면의 장기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뉴시스

◇ ‘흡수 합병은 안돼’… 깊어지는 신경전?

국민의당이 당원 의견 수렴을 끝내면 합당과 관련, 어느 정도 윤곽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조건부 합당’을 언급하며 결정을 내지 못하면서 국민의힘과 합당을 둘러싼 신경전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지만, 사실상 ‘흡수 합병’은 안 된다는 강한 기류가 합당을 더디게 하는 궁극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안 대변인은 “찬성하시는 분들도 흡수 합병에 대해선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분위기)”라며 “시기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신설 합당’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앞서 이태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통합 여부를 봐야겠지만, 상식적으로 당 대 당 신설 합당을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이 가진 가치와 지지율을 고려한다면 ‘100대 3’이라는 실질적인 숫자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저희 당 지지율이 10% 내외 이렇게 유지하고 있으니 명실공히 제3정당”이라며 “당 대 당 통합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와 내용들이 다 들어가야 한다고 기본적으로 생각을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합당 논의가 진척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으로선 국민의당의 ‘조건’을 맞춰주지 않아도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합당의 책임을 국민의당에게 넘기고 있다. 후과를 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합당에 찬성한다고 했으니 그쪽(국민의당) 결과에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30일 국민의힘의 새 원내지도부가 구성될 경우 합당 힘겨루기가 본격화 될 조짐이다. 국민의당은 ‘조건부 합당’을 국민의힘이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대변인은 “국민 모두가 원하는 바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받을 것”이라며 “새 지도부가 잘 풀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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