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이 대권과 당권을 놓고 몸풀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원외 인사들이 본격 몸풀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가까이는 당권을 위해서고, 다소 멀리는 대권을 바라보며 행보에 시동을 건 것이다. 다만 총선 참패의 ‘원죄’를 안고 있는 터라 당 안팎에서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전 대표와 나 전 의원 복귀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황 전 대표는 전날(26일) 소상공인 손실보상 촉구 농성을 하고 있는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을 찾아 격려하며 1년 만에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황 전 대표가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나는 죄인입니다’를 출간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페이스북에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분을 나누고 희망의 불씨를 지키겠다”며 복귀를 암시했다.

황 전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 출마는)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니라 국민께서 판단하실 일”이라며 다소 불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선 사실상 대권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목표는 다르지만 나 전 의원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내 당권 구도가 영남 대 비(非)영남으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정치력이나 인지도 등을 갖고 있는 나 전 의원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피어난다. 

실제로 나 전 의원은 야권의 여러 인사들을 만나는 등 역할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잠시 흔들릴 수 있어도 옳고 그름의 화살표가 바뀌지 않는다”, “바르게 다시 세운다는 것은 늘 힘겹고 지난한 일이지만, 누군가는 꼭 해놓고 가야 할 일”이라며 당권 도전에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였다.

황 전 대표와 나 전 의원이 과거 지도부로서 총선 참패의 큰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당 안팎에선 비판적 시선이 역력한 분위기다. /뉴시스 

◇ 발목잡는 총선 참패 ′책임론′

문제는 이들이 여전히 총선 참패라는 결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총선을 앞두고 강성 보수의 색채를 버리지 못하며 무너진 것은 이들의 책임론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당장 이들이 행보에 나서자 ‘도로 한국당’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거치면서 ‘극우 보수’와 결별이라는 초석을 다졌고, 당내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쇄신의 물결이 이는 것은 이들이 자리를 잡기에 쉽지 않은 배경이 되고 있다. 초선 기수론 선봉에 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명분 쇄신없이 다 긁어모으자는 식의 주장은 거함거포주의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이라고 말했다.

당내 부정적 기류는 이뿐만이 아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먼저 총선에서 대패한 것 아닌가. 그 당시 사령관을 하셨다”며 “몸을 풀든 뭐든 개인의 자유겠지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안에 부정적 기류도) 많이 있으시다”고 덧붙였다.

황 전 대표와 나 전 의원을 다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황 전 대표의 경우) 지난 총선을 역대급 참패로 만들고 도망가듯 당 대표를 그만두고 연말부터 분위기가 살아나니 거기 편승해서 대권에 나가보려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정치를 희화화 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그나마 국민의힘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도 실망을 떨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그는 “나 전 의원의 경우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결과적으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을 부스팅하는 역할을 했다”며 “황 전 대표의 경우 희생이 없었지만, 나 전 의원의 경우 자기 희생이 뒤따랐기에 좋은 카드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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