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법정최고금리가 오는 7월 7일부터 24%에서 20%로 내려간다.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어쩐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앞선다. 저신용자들의 대출길이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어서다. 당국이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제 2금융권이나 대부업 문턱조차 넘질 못할 정도로 힘든 취약차주들까지 얼마나 끌어안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개인이 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해선 일정한 신용점수가 뒷받침이 돼야 한다. 신용점수는 신용평가사가 각 개인의 신용거래 이력을 수집 분석해 점수화한 지표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선 신용등급제(1~10등급)가 운영됐다. 통상 1~3등급은 고신용자, 4~6등급은 중신용자, 7~10등급은 저신용자로 분류된다. 올해부터 개인 신용평가제도는 이러한 신용등급 대신, 신용점수만 산정하는 신용점수제(1~1,000점)로 전환됐다.  

중신용자들은 고신용자들에 제도권 금융사의 높은 대출 허들을 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저축은행, 상호금융, 캐피탈 등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제2금융사 문턱도 넘기 힘들 정도로 낮은 저신용자들은 대부업체로 향한다.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하지만,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에게 최소한의 비상 탈출구가 됐다.  

그런데 저신용자들의 주요 대출 창구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특히 취약 차주들의 급전 마련 창구인 대부업 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대부업권의 대출잔액은 2018년 이후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대부업 대출잔액은 1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다. 

이는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 공급 물량을 줄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대부업체들은 2019년부터 신규 대출을 중단하거나 사업 철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법정최고금리의 잇단 인하로 수익률이 악화되자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랐다. 실제로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해 불법 사금융 시장에서 내몰린 사례는 이미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서민금융연구원이 최근 3년간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적 있는 저신용자 1만787명과 대부업체 187개사를 대상으로 한 이메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신용자 응답자의 65.2%는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서민금융연구원은 NICE평가정보 자료, 저신용자 설문 등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최대 12만명이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이동 추정치보다 1만명가량 줄어든 규모다. 다만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재정확장 및 금융지원 정책을 시행한 점을 감안하면 평년보다 크게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오는 7월 법정최고금리가 추가로 인하되면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제도권 금융사의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는 ‘중금리 대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은행 및 인터넷은행 중금리 대출 공급 활성화, 제2금융권 중금리대출 규제 인센티브 확대, 사잇돌대출 신용점수 요건 신설 등의 방안이 주요하게 담겼다. 당국은 이 같은 정책을 통해 올해 약 200만명에게 32조원, 2022년에는 약 220만명에게 35조원의 중금리대출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제1·2금융사들이 저신용자 차주를 얼마나 끌어안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도권 금융사들은 당국의 중금리 대출 압박 활성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대놓고 항의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연체율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선 난감한 기색이다. 

업계에선 금융사들이 상환능력을 갖춘 중신용자들은 어느 정도 끌어안겠지만, 신용도가 낮은 취약차주들은 품에 안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차주는 정부의 정책상품을 통해 어느 정도 흡수가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을 터다. 여기에 대부업체들마저 대출 문을 걸어 잠고 있으니, 더욱 답답한 노릇이다. 

당국은 대부업체들의 사업 철수 흐름에 별다른 간섭 없이 손을 놓고 있다. 대부업체들의 저신용자 대출 수요 흡수 능력이 줄어도, 기존 제도권 금융망이나 정부정책상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각 업권마다 담당하던 역할이 있다. 제도권 금융사에게만 떠넘길 것이 아니라, 대부업계에서 저신용자 대출 수요 흡수할 수 있는 방안을 다시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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