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사실상 킹메이커 역할을 자임하며 대선판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가 이전과 달라 관심을 끌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거리두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 전 위원장은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이후 국민의힘을 떠났다. 그러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장외정치를 계속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고리로 대선판을 흔들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 금태섭 전 의원 등과 손잡고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그동안 끊임없이 윤 전 총장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내왔다. 그는 윤 전 총장의 검찰총장 사퇴를 전후해 “별의 순간이 온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또 “(윤 전 총장이) 만나자고 하면 만나보려고 한다”면서 “한 번 만나보고 대통령 후보감으로 적절하다 판단되면 그때 가서 도와줄 건지 안 도와줄 건지 판단하겠다”면서 대선에서 윤 전 총장을 도울 의향이 있다는 뜻도 밝혔다.
◇ 김종인, 제3후보에 눈 돌리나
그러나 최근 김 전 위원장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종인 전 위원장이 주말에 제주도 오셨더라”며 “야권에서 대한민국을 새롭게 운영할 수 있는 세력을 만들어야 되는데 현재 그분 말로는 저를 포함해서 ‘국민의힘이든 야권 전체가 아직 후보다운 후보가 아무도 없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어 김 전 위원장이 “흔히들 윤석열 지지율 얘기하지만 지지율이라는 것은 3개월 뒤, 6개월 뒤를 생각하면 허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며 “앞으로 6개월 정도가 거의 백지상태에서 출발하는 거나 마찬가지니 민심의 흐름을 크게 보고 국가를 집권했을 때 무슨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서 어떻게 풀 건지에 대해서 나름대로는 코치도 좀 해 주시더라”고 전했다.
일부 언론은 김 전 위원장이 최근 한 정치권 인사를 만나 “나중에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에 안 나오거나, 후보로서 타격을 입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대선을 위한 ‘플랜B(대안)’를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이 김동연 전 부총리에게 관심을 드러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지금까지 굵직한 주요 선거 후보군이나 대선주자를 놓고 ‘감별사 정치’를 해왔던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 카드를 접고 제3후보에게 관심을 돌린 것일까.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28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의 최근 발언에는 윤석열 전 총장에게 ‘왜 아직도 나에게 연락을 안해. 왜 아직도 나에게 도와달라고 안하는 거야’라는 구애의 속내가 담긴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권에서 윤 전 총장 혼자 경쟁을 하게 되면 흥행 가능성이 떨어지고, 자칫 윤 전 총장이 갑자기 정치를 안한다고 하거나 네거티브 공세로 정치를 못할 정도의 상황이 되면 야권은 대선을 치를 수 없을 정도의 후보 기근에 처하게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김 전 위원장은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많이 나와서 경쟁을 통해서 야권의 대선판을 흥행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 대안을 모색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신이 대선판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연합뉴스TV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 스스로가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얘기 했기 때문에 윤 전 총장에게 이제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닐 것 같고 야권 대선주자를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김 전 위원장이 자꾸 김종인 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떠날 때는 미련 없이 단칼에 끊고 갔다.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미련을 남기면서 사람을 만나면서 돌아다닌다”며 “대선까지 '내가 뭔가를 하겠다'는 의지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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