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10~20명 규모의 쇄신파 의원 모임을 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10~20명 규모의 쇄신파 의원 모임을 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그동안 주요 정국 현안에 대해 소신 목소리를 내왔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쇄신파 의원 모임을 결성할 계획을 밝히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친문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그동안 당내 소신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친문 성향의 의원들은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는 쟁점 현안에 대해 강성 친문 지지층의 요구에 부합하는 행보를 해왔다. 강성 친문 지지층은 일부 소신파가 독자 목소리를 낼 경우 ‘문자 폭탄’ 등으로 공격했다. 이는 당내 건전한 비판 목소리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로 불리우던 소신파 의원들이 조국 사태 등에서 독자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금태섭·김해영 전 의원은 21대 국회 진입에 실패했다. 금태섭 전 의원의 경우, 친문 세력과 갈등을 겪다 결국 민주당을 탈당하기도 했다.

‘조금박해’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21대 국회에 재입성한 조응천, 박용진 의원이 ‘추미애-윤석열 정국’과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 등에 대해 소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정도다. 민주당이 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휘둘려 제대로 된 쇄신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내년 대선에서도 민심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다음 총선 공천 걱정’이 걸림돌

최근 재보선 참패에 대해 ‘친문 책임론’을 제기했던 조응천 의원이 이번에는 총 10~20명 규모의 쇄신파 의원 모임을 결성할 계획이라고 밝혀 민주당의 쇄신을 이끌 동력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 의원은 최근 정국 운영을 주도해왔던 친문 핵심 세력을 겨냥해 지도부 경선에 출마해서는 안된다고 요구했고,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조 의원은 지난 2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위 말하는 비주류 혹은 쇄신파가 생겨야 내년 대선에 희망이 생긴다”면서 “적어도 10명에서 20명은 자기 이름을 걸고 할 사람들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성 당원의 문자 폭탄과 관련 “지금 주위에 끙끙 앓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의원들 많다. 수십 명까지는 모르겠지만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저는 지금 그걸(모임을 결성하면 문자 폭탄에 대해 입장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지역 민주당 한 의원은 30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조 의원이 추진하는 쇄신파 모임에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참여할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며 “그러나 쇄신파 모임은 필요하다고 본다. 당 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자는 일종의 ‘정풍 운동’ 같은 것인데 그 뜻에 공감하는 의원들의 경우 참여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성 친문의 목소리가 당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총선 공천을 의식한 의원들이 쉽사리 쇄신파 모임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또 일부가 쇄신파 모임에 참여하더라도 현재 당 분위기에서는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쇄신파 모임의 성공 여부는 내달 2일 예정된 당대표 경선 결과가 좌우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친문 주류의 지원을 받는 주자가 당권을 잡을 경우 쇄신파 모임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고, 친문 색채가 약한 후보가 당선된다면 쇄신파의 활동 공간이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조응천 의원이 그동안 침묵하던 의원들을 규합할 모양인데 당대표 경선 결과가 쇄신파 모임의 향배를 좌우하지 않을까 싶다”며 “친문 후보라고 하는 홍영표, 우원식 의원이 당선된다면, 의원들이 강성 친문이 계속 주도권을 갖고 가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다음 당선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현실적인 계산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될 경우 자기 이름을 내걸고 쇄신파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친문 색채가 상대적으로 약한 송영길 의원이 당선된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다고 생각하고 일부가 쇄신파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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