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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6 M50d 모델이 지난해 서울 도심을 주행하던 중 엔진이 파손됐다. / 제보자 제공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1억원이 넘는 BMW 차량이 서울 도심을 주행하던 도중 갑자기 배기구에서 흰 연기를 뿜으며 시동이 꺼지는 일이 발생했다. 원인은 ‘엔진 주요부분 파손’이다. 수리비 견적은 약 4,000만원 정도 발생했다. 소비자는 BMW코오롱모터스서비스센터 및 BMW코리아 측에 무상수리 또는 수리비 지원을 요구했으나 BMW코리아는 보증기간 만료와 ‘일반적인 고장’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 도심 주행 중 배기구서 연기… 서비스센터선 “소비자 책임”
 
제보자 이모 씨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난 3월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인근 성산로를 지나는 순간 갑자기 차량에서 경고음이 ‘삐’하고 울리며 배기구에서 엄청난 양의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 시동이 꺼진 것. 차량은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고, 이씨는 타력주행을 이용해 가까스로 갓길 버스정류장 인근에 차량을 세웠다. 이후 BMW 긴급서비스센터에 연락해 현장에 도착한 견인차를 이용해 BMW코오롱모터스성산서비스센터에 차량을 견인, 입고했다.

이씨의 차량은 2015년식 BMW X6M50d 모델로, 2015년 8월에 구매해 보증서비스(워런티)를 추가로 연장해 지난해 7월말 서비스 보증기간이 만료된 차량이다. 해당 차량의 누적 주행거리는 12만㎞를 조금 넘긴 상황이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고장의 원인은 엔진의 터보임펠러(터보차저 팬) 파손이다. 터보임펠러가 파손되면서 터보차저 내외부에 크랙(금)이 발생하고, 오일류가 유입되면서 고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BMW서비스센터 측 설명이다. BMW X6M50d 모델은 트리플터보차저(트라이터보)가 장착된 N57 엔진을 탑재한, 출력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이씨는 본인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고 서비스센터 측에 무상수리를 요청했으나, 센터 측에서는 “서비스보증기간이 지난 관계로 무상수리는 불가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서비스센터 측은 이씨에게 “이러한 고장은 주행 중에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전적으로 소비자 책임”이라고 말했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이씨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주기적인 점검과 소모품 교환 등은 지정된 서비스센터에서만 진행하며 지속적인 관리를 받았다. 사설 수리센터를 이용하거나 ECU맵핑(소프트웨어 튜닝) 등 문제가 될 만한 튜닝(개조)은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고, 지정된 서비스센터가 아닌 정비소는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차량인데 어떻게 보증기간이 약 반년 정도 지난 시점에 차량 엔진이 파손될 수 있냐”며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서비스센터 측에서는 “엔진 파손 원인은 알 수 없다”면서 “혹시 차량경주를 하는 트랙 같은 곳을 다니지 않았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에 이씨는 “월~금요일 출근하는 샐러리맨으로, 트랙 같은 곳은 근방에도 가본 적 없으며 서울시내 출퇴근과 서울시내 영업으로만 주로 차량을 이용하는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브랜드의 고성능 하이엔드 모델의 엔진이 파손될 정도라면 이건 심각한 결함이며, 이 엔진(트라이터보 N57)에 대한 전반적 리콜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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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가 서비스센터로부터 제공받은 정비내역서 3면. 1~3면 견적내용 및 부품 내역을 전부 합산한 결과 4,278만원의 수리비가 발생했다. / 제보자 제공

◇ BMW코리아, 엔진파손 원인도 파악 못했다면서 “차량 결함 아니다” 

BMW코리아 측은 ‘무상수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자는 BMW코오롱성산서비스센터를 직접 방문해 담당 서비스 어드바이저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고장의 원인은 지금 단계에서는 설명을 하기가 힘들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BMW코오롱성산서비스센터 어드바이저는 “소비자 과실은 아니지만, 제조상의 문제가 있었다면 5년·10만㎞라는 보증기간 동안 고장 없이 차량을 탈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또한 해당 고객(이씨)의 경우에는 차량을 구매하고 현재 보증기간도 지났으며, 주행거리도 해당 기준(10만㎞)을 넘었다. 이 기간 동안 차량을 어떻게 주행을 했는지는 고객만 알 텐데 이러한 상황을 전반적으로 감안했을 시 이 고장을 차량의 제조상 결함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리콜이 발생한 화재 건의 경우는 동일 결함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많았기 때문에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로 인해 결함으로 밝혀졌고, 리콜이 진행됐다”며 “하지만 이 고객의 고장 증상과 동일한 증상이 많이 나타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극소수의 차량에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제조결함이 아닌 정상범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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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의 차량이 입고된 BMW코오롱모터스 성산서비스센터. 현재 서비스센터에서는 수리비가 선납되지 않으면 수리 진행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 제갈민 기자

그러나, 이씨의 경우와 비슷하게 주행 과정에서 엔진 고장으로 시동이 꺼진 사례는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자동차리콜센터 홈페이지 내 ‘결함신고’란에서 ‘M50d’를 검색하면 △BMW X6 M50d 모델 동력장치 이상으로 인한 시동꺼짐 △X5 M50d 엔진 결함(잠금 게시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BMW 커뮤니티에서도 ‘X5 M50d 엔진결함’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X5 M50d 모델에 탑재된 엔진은 X6 M50d 엔진과 동일한 직렬6기통 직분사 디젤 트라이터보 엔진이다.

특히 커뮤니티에서 X5 M50d의 엔진결함을 호소하는 네티즌 A씨가 지난 2018년 겪은 경험은 이씨가 겪은 상황과 비슷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A씨가 커뮤니티에 올린 글의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다. 

A씨는 2017년 2월 X5 M50d 모델을 출고했으며, 2018년 10월말쯤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차량에서 떨림 증상이 나타나고 가속이 불가한 상태로 이어졌다. A씨는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자 타력주행으로 갓길에 정차했으며, 당시 배기구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차량을 센터로 견인 후 점검 결과 실린더 내 손상으로 확인돼 엔진과 터보, 인젝터 등을 교환을 받았으나, 동일한 증상이 지난해 6월 또 재발해 센터에서 엔진 및 터보 교체를 재차 진행했다. 그나마 A씨의 경우에는 보증기간 내 문제가 발생해 무상으로 수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과거 비슷한 사례 존재… BMW “워런티 만료” 책임회피

뿐만 아니라 2018년 11월, 오마이뉴스에 이씨와 유사한 현상으로 아찔한 순간을 경험한 피해자의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엔진부품 파손 외면 BMW… 취재 들어가자 “수리비 지원”> 제하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 김모 씨는 지난 2017년 6월, 2012년식 BMW GT 50i 모델을 BMW인증중고차로 구매했다. 이후 2018년 8월 주행 중 떨림 증상이 나타나더니 계기판에는 각종 경고등이 점등되고 주행불가 상태에 이르렀다. 차량을 센터에 입고한 후 점검 결과 고장 원인은 엔진의 크랭크 베어링 파손이었다. 이로 인해 엔진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으며, 수리비용은 약 3,500만원 정도 발생했다. 

당시 BMW센터에서는 엔진 파손이 고객 과실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BMW코리아 측에 고장 자료를 첨부해 수리비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BMW코리아 측에서 돌아온 대답은 ‘지원 불가’였다. 이유는 ‘보증 기간 만료’ 및 ‘일상 중 발생할 수 있는 고장’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BMW GT 50i 모델에 사용된 N63 엔진이 탑재된 차종에서 크랭크 베어링이 파손된 경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엔진오일 과다소모 문제 등으로 미국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무상 수리 및 금전적 보상이 이뤄졌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BMW코리아는 당시 수리비의 70%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BMW코리아 측은 이번 이씨의 경우처럼 X6 M50d 터보임펠러 파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없으며, 보증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발생하는 고장은 전적으로 소비자 책임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씨에 따르면 차량을 수리하기 위해서는 흡기 다기관·DPF·엔진 등을 교체해야 하며 총 견적은 4,000만원 정도가 발생했다. 차량을 수리하기 위해서는 수리비용 선 결제가 이뤄져야 해 현재 이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안전과 직결된 부분에서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워런티 기간 만료 직후 현상이 나타난다면 법적으로는 조치를 취하기가 힘든 부분이 존재한다”며 “다만, 판매된 차량의 전체 대수 중 1.5% 수준에서 동일 결함이 발생할 경우 법에 따라 리콜조치를 취해야 하며,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기준을 이보다 더 타이트하게 0.8% 정도의 차량에서 결함이 발생하면 자발적 리콜조치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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