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 전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 대표가 최근 출소했다. /뉴시스
이장석 전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 대표가 최근 출소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올 시즌 3년차에 접어든 키움증권의 프로야구 마케팅이 또 다시 예사롭지 않은 모습이다. 초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숱한 문제를 일으킨 뒤 야구계에서 퇴출된 이장석 전 대표의 출소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불과 얼마 전에도 ‘옥중경영’ 파문이 불거졌던 만큼, 또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키움증권과 히어로즈의 동행, 올해로 3년차

키움증권은 2018년 11월 서울 히어로즈 프로야구단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시즌부터 KBO리그에 ‘키움’을 새겨 넣었다. 계약규모는 연간 100억원, 5년간 총 500억원에 달했다.

키움증권이 거액을 투입해 서울 히어로즈와 손을 잡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일 뿐 아니라 봄부터 가을까지 거의 매일 경기가 열리고 경기 시간도 긴 편이다. 인지도 향상을 비롯한 마케팅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히어로즈는 2010년대 중반을 기해 강팀으로 발돋움했고, 젊은 선수 육성에 능해 키움증권의 이름과 잘 어울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도 제기됐다. 히어로즈는 앞서 숱한 문제를 일으켰던 구단이기 때문이다. 이장석 전 대표 등 고위경영진이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구단 운영상의 각종 난맥상도 드러나면서 전 메인스폰서였던 넥센타이어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한 뒷돈 트레이드 파문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실제 키움증권의 프로야구 마케팅은 명과 암이 뚜렷하게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출발부터 새롭게 선임된 단장이 잡음 속에 교체되고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경영’ 의혹이 불거지는 등 우여곡절이 벌어진 반면, 키움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2년차인 지난해에는 우여곡절이 더 심했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개막이 늦춰지며 키움증권의 프로야구 마케팅도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뒤늦게 시작한 시즌에서는 줄곧 상위권에 위치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시즌 막판 감독이 물러나며 거센 파문에 휩싸였다. 

이후 구단 고위진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고,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베테랑 선수의 ‘팬 사찰’ 폭로까지 나오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 같은 파문은 KBO로부터 징계를 받은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연말 공식 사과에 나서면서 일단락됐다.

키움증권은 2018년 11월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뉴시스
키움증권은 2018년 11월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뉴시스

◇ 출소한 이장석… 긴장감 고조

이처럼 좌충우돌을 거듭하며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든 키움증권의 프로야구 마케팅은 올해도 예사롭지 않은 모습이다. 

우선 성적이 신통치 않다. 개막 후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은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는 한동안 꼴찌로 추락하는 등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혼란 속에서도 성적만큼은 줄곧 상위권을 유지해왔던 키움 히어로즈이기에 더욱 낯선 위치다. 

특히 키움증권 입장에선 메인스폰서 첫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던 팀이 지난해 리그 5위에 이어 올 시즌 최하위권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 결코 반가울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성적이 아주 큰 문제인 것은 아니다. 아직 시즌 초반인데다, 키움 히어로즈의 성적이나 전력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여전히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꼽힌다.

그보다 키움 히어로즈의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드는 건 이장석 전 대표의 출소 소식이다. 야구계에 따르면, 이장석 전 대표는 최근 가석방 조치를 받아 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이장석 전 대표는 2008년 가까스로 메인스폰서를 만나 야구단을 창단하며 야구계의 이단아로 등장했다. 대기업에 기반을 둔 기존 프로야구 구단과 달리 히어로즈 야구단은 모기업 없이 운영되는 일종의 야구전문기업으로 주목과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이장석 전 대표는 초기엔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고, 자금난을 겪는 등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으나 2010년대 중반을 기해 팀을 강팀으로 도약시키며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이 과정에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한 그는 ‘빌리 장석’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장석 전 대표는 이후 각종 비리 혐의가 드러나며 실형을 선고받았고, 프로야구계에서는 영구제명 조치를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출소가 키움 히어로즈를 향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여전히 구단의 실소유주인데다 앞서도 옥중경영 논란이 불거진 바 있기 때문이다. 

이장석 전 대표는 히어로즈 야구단 지분 67.56%를 보유하고 있다. 영구제명 조치로 인해 구단에서 어떠한 직책도 맡을 수는 없지만, 제3자를 통해 야구단을 간접 운영하거나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이장석 전 대표는 수감생활 중에도 옥중경영 논란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해 3월 2,000만원의 제재금 처분을 받았다.

아울러 이장석 전 대표 출소 이후 키움 히어로즈의 소유권 및 경영권을 둘러싼 혼란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이장석 전 대표는 심각한 문제를 여럿 일으켰을 뿐 아니라 감옥에서도 구단을 흔들었던 인물”이라며 “가뜩이나 키움 히어로즈를 향한 야구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그의 출소는 우려를 키울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이장석 전 대표와 키움 히어로즈가 또 다시 불미스런 일을 일으킬 경우 키움증권은 또 다시 돈 쓰고 이미지를 훼손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밖에 없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손혁 전 감독 사퇴 관련 파문 당시에도 “키움이 키움했다”는 등의 비아냥이 나오는 등 기업 이미지 실추를 피하지 못했다.

다만, 키움증권은 키움 히어로즈의 거듭되는 여러 논란에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이에 야구계 일각에서는 키움증권이 프로야구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히어로즈의 자금줄이라는 점에서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또 하나의 중대 변수가 등장한 가운데, 키움증권의 프로야구 마케팅이 올해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