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와 에픽게임즈의 소송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앱마켓 자체 인앱 결제 시스템 적용 의무화, 수수료 30% 부과로 촉발된 양사의 소송전으로 국내외 게임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AP·뉴시스
애플와 에픽게임즈의 소송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앱마켓 자체 인앱 결제 시스템 적용 의무화, 수수료 30% 부과로 촉발된 양사의 소송전으로 국내외 게임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AP·뉴시스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소송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앱마켓 자체 인앱 결제 적용 의무화, 수수료 30% 부과 등으로 촉발된 양사의 소송전이 국내외 게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 ‘슈퍼을’ 개발자‧이용자 반발… “생태계 흔들기 역부족” 목소리도

BBC, 벤처비트 등 주요 외신들이 3일(현지시간)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소송 시작 소식을 알렸다. 논란은 지난해 에픽게임즈가 애플의 수수료 30% 부과 정책에 반발하며 이용자들이 자사의 게임 ‘포트나이트’ 결제를 자사의 인앱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애플이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삭제시켰고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에픽게임즈는 이번 재판에서 애플이 자사의 게임을 삭제시키고 수수료 30% 부과, 애플 앱스토어(이하 앱스토어) 인앱 결제 적용을 의무화 한 것은 부당하다며 ‘벽으로 둘러쌓인 정원’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애플은 기업이 별도로 인앱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은 앱스토어의 보안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앱스토어 인앱 결제 시스템을 적용함에 따라 iOS 운영체제의 악성코드 감염율이 1.72%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에픽게임즈의 일방적인 움직임은 보안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것이 애플의 설명이다.

양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번 소송전에서 에픽게임즈가 승기를 가져갈 경우 현재 게임사들의 게임을 유통하며 △인앱 결제 시스템 적용 의무화 △수수료 30% 부과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플랫폼들에게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에픽게임즈가 이번 소송전에서 패소해도 국내외 게임 시장에 적지 않은 움직임이 일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애플뿐만 아니라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밸브의 스팀 등 게임 유통 플랫폼들이 인앱 결제 시스템 적용을 의무화하고 수수료 30% 부과 방침을 밝힘에 따라 게임 개발자, 게임사 등의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가 올해 게임 개발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앱스토어, 스팀 등 게임 유통 플랫폼이 거둬들이고 있는 수수료 30%가 정당하다고 답한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설문에 답한 개발자 중 43%는 10~15%로 삭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앱마켓 시장에서 ‘슈퍼을’로 여겨진 개발자와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이를 의식한 플랫폼 운영 기업들이 수수료 부과 등의 이슈를 재점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소송을 시작으로 공룡 플랫폼들의 독점 권리 행사로 반발이 거세질 수 있지만 앱스토어 생태계 전체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만 놓고 봐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의 점유율이 각각 71.2%, 10.5%를 기록하며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구글, 애플 등은 이러한 추세를 등에 업고 앱마켓을 통해 거둬들인 수수료를 캐시카우로 삼아왔다. 구글의 경우 지난해 모든 앱과 콘텐츠에 수수료 30%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정치권과 개발자, 이용자, 기업,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국내외 게임사들은 플레이스토어, 앱스토어 등 기존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도 무리없이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수준의 인프라가 부족하고, 에픽게임즈의 ‘에픽스토어’ 등과 같이 이용자들이 자사 앱에 편리하게 접근하고 원활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플랫폼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과점 수준의 앱마켓 생태계에서 독립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까지 적어도 수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소송전 결과와 상관없이 기존 플랫폼을 당분간 동일하게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앱마켓 수수료에 개발자, 이용자, 기업 모두 불만은 있지만 앱을 유통하는 기업들의 경우 기존 앱마켓을 제외하고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구글도 이용자들이 강하게 반발한데 따라 당초 수수료 인상 소식에서 한걸음 물러난 만큼 이번 소송으로 플랫폼 운영 기업들이 전반적인 정책을 점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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