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트 촬영’ ‘랜선투어’ 추가 수준… 사이버모델하우스 현주소
‘모델하우스’ 필요, 청약 자격 박탈될라 상담 받고 꼼꼼히 준비

사진은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 부산 서구의 한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아파트의 모형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사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부산 서구의 한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아파트의 모형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최정호 기자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여파로 최근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사이버모델하우스’가 새로운 홍보수단으로 떠올랐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감안할 때 사이버모델하우스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업계는 자신했지만, 사실상 ‘속빈 강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이버모델하우스라고 해봐야 아파트 분양 홈페이지에 유니트(아파트 내부 실물 모형) 촬영 사진을 게재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급사들이 사이버모델하우스를 부실하게 운영하는 데는 현재 아파트 시장 상황이 한몫했다.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최고 400대1을 상회하고 있어 별다른 홍보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완판되는 상황이어서다.

문제는 아파트 공급사들이 사이버모델하우스롤 통해 청약을 받아 당첨자를 발표한 후 순번제로 모델하우스를 관람시키고 계약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소비자들이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유니트를 둘러보고 전문상담사에게 상담을 받고 청약을 넣었지만, 지금은 온라인으로 접속해 사이버모델하우스에 접속해 둘러보고는 청약을 넣은 뒤 당첨을 기다린다.

◇ IT 강국, 초라한 ‘사이버모델하우스’

사이버모델하우스는 분양되는 아파트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된다. 하지만 ‘사이버모델하우스’라기엔 초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니트 이곳저곳을 촬영해 놓은 프로그램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전에도 건설사들은 해당 홈페이지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게재했었다. 최근 ‘사이버모델하우스’로 이름이 붙여진 경우엔 여기에 ‘모델하우스 렌선 투어’ 등의 동영상을 제작해 추가된 정도다. 결국 사이버모델하우스는 아파트 홈페이지 한 곳을 꾸미는 홍보 수단 중 하나일 뿐인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일부 1군 건설사는 사이버모델하우스라는 명칭 대신 ‘e모델하우스’라는 이름을 달았다. 복수의 건설사 관계자에 따르면 사이버모델하우스 구축하는데 큰 비용이 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일부 대단지 프리미엄 아파트의 경우 최신 3D기술을 이용해 유니트를 구현해 놓기도 한다. 가구와 전자제품 등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확인할 수 있어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 각 층마다 베란다 창문을 통해 어디까지 조망이 가능하지도 가늠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이는 극히 일부에 해당하며, 이 정도 수준으로 사이버모델하우스를 꾸밀 경우 수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비대면 시대 건설사들 ‘모델하우스’ 왜 고수하나

아파트 공급사들이 사이버모델하우스를 부실하게 꾸민 데는 코로나19에 따른 지자체의 급작스런 행정명령 영향이 컸다. 준비할 시간이 충분이 없었단 의미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코로나19가 정점이던 지난해 모델하우스가 줄줄이 폐관해 어쩔 수 없이 사이버모델하우스로 전환했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지자체는 모델하우스 개관을 여전히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모델하우스를 통해 우리도 홍보를 하고 싶지만, 지자체가 사람들이 모이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모델하우스 건립 및 운영에는 규모에 따라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 소요된다. 모델하우스는 철근 콘크리트가 아닌 목재로 짓는 일종의 가건물 형태다. 모델하우스가 지어지는 택지도 단기 임대다. 분양 끝나면 바로 철거해야 하기 때문에 가건물 형태로 짓고, 미분양이 날 경우 모델하우스를 계속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택지 비용은 천정부지로 증가한다. 일부 소형 아파트 시행사은 비용절감 문제로 ‘멀티플렉스 영화관’ 한 개소를 빌려서 유니트를 지어놓은 경우도 있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아파트 공급사들은 모델하우스 운영을 고수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복수의 건설사 관계자들은 “모델하우스는 하자보수의 기준”이라면서 “모델하우스의 유닛 그대로 실 시공해 놔야 소비자들이 딴 소리(왜 모델하우스처럼 안해 놓았냐는 등)를 안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델하우스 인테리어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인터뷰에서 “모델하우스 오픈 전까지 유닛이 열 번 이상이 바뀌기도 한다”며 “모델하우스 오픈 한 시간 전까지 유닛 설치 작업을 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모델하우스를 지어 놓으면 유닛 그대로 지으려고 시공 관계자들이 와서 사진을 많이 찍어가 그대로 짓는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모델하우스 관람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기엔 제약이 많이 따른다. 10억원 이상의 고가품인 아파트를 구매하는데 있어 실물을 보지도 못하고 모델하우스 관람도 제한적이면 소비자들은 불만족스러움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면 욕실에 어떤 타일이 사용되고 바닥재는 어떤 제품으로 하는지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설명까지 들을 수 있지만, 최근 아파트 공급사들이 제공하는 사이버모델하우스로는 소비자들을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사들은 아파트 분양 홈페이지에 사용되는 자재를 표로 만들어 게재한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 사이버모델하우스, 소비자 궁금증 해결 태부족

소비자들이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청약 관련 전문상담을 받기 위해서다. 청약에 당첨되려면 어떤 자격과 서류가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에 방문 상담 받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사이버모델하우스로 대체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한 대형건설사가 사이버모델하우스를 운영하다가 콜센터가 마비됐다. 청약 문의 상담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 건설사는 콜센터 업무를 확장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청약 상담에 몰리는 이유는 청약서류를 잘못 넣어 부적격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다. 청약 부적격 판정받을 경우 당첨되지 않는 것을 물론이거니와 길게는 1년간 다른 아파트에 청약을 넣을 수 없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모 분양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청약을 잘못 넣어서 부적격이 될 경우 청약 자격이 사라진다”며 “과실이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자격 요건 구비 서류에 대한 정보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모델하우스에서의 상담 기능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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