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및 기자회견을 통해 남은 1년 임기 동안 국정에 헌신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등에서의 일부 실패를 인정했지만, 소득주도성장과 확장적 재정운용, 한국판 뉴딜, K-방역, 경제 위기 극복 등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등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인사청문회, 검찰총장 임명 등 최근 화제가 되는 이슈 등에도 작심 발언을 이어가는 등 임기 말의 대통령임에도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눈길을 끌고 있다. 

◇ ‘국정운영 성과에 매진’ 의지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특별연설에서 “남은 임기 1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 1년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모든 평가는 국민과 역사에 맡기고, 마지막까지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퇴임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라 남은 기간 동안 국정운영 성과를 내는 데 매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수급 우려 등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집단 면역 조기 달성’을 언급하면서 “백신 개발국이 아니고, 대규모 선(先)투자를 할 수도 없었던 우리의 형편에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우리의 방역 상황에 맞추어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 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야권의 공세를 정면 돌파하려는 것임을 감안해도 강경한 톤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 간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을 꼽은 뒤 “정말 부동산 부분 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LH 비리까지 겹치면서 지난번 보선을 통해 정말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청년 및 여성 일자리 문제에 대해 “코로나 충격으로 일자리 격차가 확대된 것이 매우 아프다”면서 “특히 고통이 큰 청년과 여성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지겠다”고 몸을 낮췄다. 부동산 및 일자리 정책에 일부 실패가 있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 검찰과 야당에 대한 불편한 심기

문 대통령은 ‘임기 말 대통령’임에도 검찰과 야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대해서 “법무부 차관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는 것은 납득이 잘 안 간다”고 반박했다.

또한 ‘김 후보자에게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봐주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공개 지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치적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잘 수사할 것이라고 본다. (월성) 원전 수사 등을 보면 검찰은 이제 별로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야당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노형욱 국토교통부 후보자의 자진 사퇴나 지명 철회 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각 후보자의 발탁 배경을 일일이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발탁의 취지나 후보자의 능력, 문제점, 흠결 등을 저울질해서 임명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그냥 제쳐두고 오히려 흠결만 놓고 따지는 그런 청문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 판단이 옳다는 것이 아니다. 저는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저는 이대로 해도 괜찮은데, 적어도 다음 정부는 누가 정권을 맡든 더 유능한 사람들을 발탁할 수 있게끔 그런 청문회가 꼭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차기 정부를 위한 메시지이지만, 임혜숙·박준영·노형욱 후보자의 발탁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모양새다. 

◇ 임기 5년차 대통령의 자신감

문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사면론에 대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는 1월의 입장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 부동산 정책이 다소 부족했음을 자인하기도 했다. 앞선 기자회견과 발언 등을 돌아보면 조금 더 유연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유연함 속에서도 부동산 정책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야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장관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임명 강행 의지를 시사했다. 임기를 1년 남겨둔 시점에서 국정 동력이 떨어져, 야당의 눈치를 보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 대통령의 자신감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YTN 의뢰)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전주에 비해 3%p 오른 36%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2.3%p 내린 60.3%로 나타났다. 부정평가 수치가 더 높지만 역대 정부보다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접종, 경제 회복 등에 특히 자신감을 드러냈다.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이지만, 힘 있게 위기를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여당 소장파 역시 표면적으로는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모양새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여당은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에 통상적인 5년차 대통령의 모습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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