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윤 씨젠 대표(왼쪽)가 지난해 3월 연구시설에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다. /뉴시스
천종윤 씨젠 대표(왼쪽)가 지난해 3월 연구시설에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을 통해 주주달래기에 나섰던 천종윤 씨젠 대표가 이번엔 공매도에 일격을 당하고 있다. 진단 분야에서 외길을 걸어온 끝에 코로나19 사태로 뜻 깊은 성공을 이뤘지만, 주가로 인한 고민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 주가 반등에 찬물 끼얹은 공매도

씨젠은 지난해 불거진 코로나19 국면에서 재빨리 진단키트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822.7%, 2,915.6% 급증했고, 주가 역시 덩달아 껑충 뛰었다. 어린 시절 병마와 싸운 경험을 바탕으로 진단 분야에 매진해온 천종윤 씨젠 대표는 이로써 자신의 오랜 세월을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덩달아 무거운 과제도 등장했다.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던 주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리막길을 이어가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주주들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돌입하며 씨젠을 압박했고,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천종윤 대표의 연임에 반대하기도 했다.

이에 씨젠은 주가가 기업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한편,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말엔 임원들이 대거 자사 주식 매입에 나섰고, 배당 강화를 약속했다. 이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유통 주식 수를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한 뒤 지난달 무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좀처럼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씨젠의 주가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13만원대에 형성돼있던 주가가 약 2주 만에 20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로써 천종윤 대표의 고민이 해결되는 듯 보였지만 이내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공매도다. 

지난해 3월을 기해 금지됐던 공매도가 지난 3일 부분 재개된 가운데, 씨젠은 대표적인 희생양이 됐다. 공매도 부분 재개 첫날부터 코스닥 종목 중 가장 많은 공매도 거래대금을 기록하며 주가가 전일 대비 8%가량 폭락했다. 이후에도 씨젠은 공매도 거래대금 1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며 집중포화를 맞고 있고, 주가는 내리막길을 면치 못하고 있다. 11일 오전 현재 주가는 8만원대(무상증자에 따른 권리락 발생 이후 기준) 수성마저 위협받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씨젠의 주가가 공매도라는 악재에 직격탄을 맞자 주주들의 불만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무상증자 계획 발표 이후 본격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합류한 주주들은 단기간에 적잖은 손해를 입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천종윤 대표의 입장은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주주친화정책을 본격 실행에 옮기며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한 시점에 악재를 마주하게 된데다, 이에 대한 대응책도 딱히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공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은 일시적이며, 씨젠의 실적 및 주주친화정책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거듭 강조하고 약속한 천종윤 대표에겐 당장의 주가 반등 또한 절실한 문제다. 천종윤 대표가 더욱 까다로워진 난제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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