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CJ CGV 수장을 맡게 된 허민회 대표는 코로나19 위기탈출이란 무거운 당면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말 CJ CGV 수장을 맡게 된 허민회 대표는 코로나19 위기탈출이란 무거운 당면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극장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업종 중 하나다. 밀폐된 내부공간에 불특정다수가 머물 수밖에 없는 업종 특성이 코로나19 방역문제와 배치되면서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객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이로 인해 개봉하는 영화, 특히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는 대작 자체가 급감하면서 극장업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해왔다.

이에 한국상영관협회는 지난 10일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람객이 급감하면서 극장은 그 어떤 산업보다 큰 피해를 입었다”며 “무너져가고 있는 극장과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한국상영관협회는 오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피해 상황을 알리고 정부지원을 호소할 예정이다.

◇ 코로나19에 치이고 OTT에 밀리고

이런 가운데, 국내 멀티플렉스업계의 대표주자인 CJ CGV 역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실적을 통해 간명하게 확인된다. 2019년 2조원에 육박했던 CJ CGV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5,834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3,8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또한 연이은 자본 확충에도 불구하고 CJ CGV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412.7%에 달했다.

중대 위기를 마주한 CJ CGV는 지난해 말 허민회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이했다. 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히는 허민회 대표에게 CJ CGV 구원투수라는 중책이 맡겨진 것이다. 

허민회 대표는 계열분리 전 삼성그룹 시절이던 1986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1997년 CJ투자증권 경영지원본부장에 오르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CJ푸드빌을 만성적자로부터 탈출시키며 능력을 더욱 인정받았다. 이후 그룹은 물론 CJ올리브네트웍스, CJ제일제당, CJ오쇼핑, CJ ENM 등 주요계열사에서 핵심보직을 두루 거쳐 온 인물이다.

이러한 허민회 대표를 둘러싼 여건과 그를 향한 시선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우선,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이 요원할 뿐 아니라, CJ CGV를 둘러싼 위기상황도 예사롭지 않다는 우려다.

코로나19 사태는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현재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는 예년 수준의 관객 수요를 회복하기까지 여전히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연재 영화 제작 자체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CJ CGV의 위기는 단순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관객 및 실적 위축에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이 더욱 가파르게 성장하고 콘텐츠 시장 전반의 대전환이 가속화하면서, 극장의 입지 자체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OTT업계와의 경쟁이나 콘텐츠 소비 형태의 변화는 앞서도 예견됐던 일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큰 변수로 작용했다”며 “OTT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한 반면, 극장업계는 속수무책이었다. 설사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 해도 극장업계가 과거의 입지를 온전히 되찾으리라 기대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관객들의 발길이 끊겨 텅 빈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모습. /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관객들의 발길이 끊겨 텅 빈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모습. /뉴시스

◇ 극장가 활기 되찾을까… 허민회 해결사 능력 ‘주목’

꽁꽁 얼어붙었던 극장가가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엔 30만여명의 관객이 전국 극장을 찾으면서 올 들어 최다관객수를 기록했다. 또한 오랜 세월 흥행에 성공해온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오는 19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등 상업영화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극장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컸지만, 이제는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며 “여기에 인기 대작들이 하나 둘 개봉하면 지난해보단 관객들의 발길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CJ CGV의 다채로운 노력도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CJ CGV는 지난해 관객 수요 및 영화 공급이 급감하자 기존의 극장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아이스콘’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영화가 아닌 강연이나 콘서트, 스포츠, 게임, 뮤지컬, 오페라 등을 제공한 것인데, 현재까지 꽤 유의미한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CJ CGV는 지난달부터 ‘왓챠관’을 선보이며 OTT와의 동침도 시작했다. OTT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계열사 CJ ENM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를 모은다. CJ ENM은 최근 화제작 ‘서복’을 OTT 서비스 ‘티빙’과 CJ CGV를 비롯한 극장에서 동시에 선보인 바 있다. 티빙은 CJ ENM이 JTBC스튜디오와 함께 설립한 OTT 서비스다. 이 같은 움직임은 CJ CGV의 콘텐츠 다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재무적인 측면에서는 허민회 대표의 해결사 능력에 관심이 집중된다. CJ CGV는 지난 4월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생 계획을 발표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종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이며 고정비를 크게 낮췄다. 그 결과 1분기 CJ CGV의 영업손실 규모는 628억원으로 직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CJ CGV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를 기점으로 관객 수요 회복 및 흑자전환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고, 이를 위해 고정비 감소를 비롯해 다양한 재무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 특히 보다 많은 관객들이 안전하게 극장을 찾을 수 있도록 여건과 인식을 조성하는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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