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20회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20회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수순에 들어갔다. 수일간 지속된 청문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후 2시 30분쯤 세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오는 14일까지 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밝혔다. 이날을 포함해 나흘의 시간을 준 셈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세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송부된 후 20일 이내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면 대통령은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 기간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하고, 이후 국회의 재송부 여부와 관계 없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세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제출 시한은 지난 10일까지였다. 하지만 국회는 지난 4일 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음에도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하루 뒤인 11일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재송부까지 나흘의 기간을 둔 것은 세 후보자 임명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함으로 풀이된다. 국회의 추가 논의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주면서도 임명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당시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을 4일 보장했다. 당시 야당이 조 장관 임명을 격렬하게 반대한 바 있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 때는 하루만 보장하며 임명 강행 의지를 표현한 바 있다. 

이번 개각은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이반된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개각이었고, 문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인사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문 대통령이 실제로 세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정국 경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는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도 처리해야 한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총리 후보자 인준안과 세 후보자 인준안을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세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한다면 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여당으로서는 나흘 간 새로운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후보자의 낙마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대통령이 설정한 나흘의 시간 동안 임혜숙 후보자나 박준영 후보자 둘 중 한 명의 자진 사퇴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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