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의 대여(對與) 투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인사 청문 보고서 채택을 두고 여당과 '강 대 강' 대치를 예고하면서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독주 프레임’을 부각하며 후보자 지명 철회에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과거와는 달리 선명한 야당으로 탈바꿈 하겠다는 심산이다.

국민의힘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 전체 의견을 취합한 결과 3명의 장관 후보자는 명확하게 부적격자이기 때문에 사퇴하거나 지명철회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그간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의 ‘독주 프레임’을 앞세워 대여 압박의 틀을 다져왔다. 물론 전략적 협상의 자세도 취했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부적격 판정을 내리면서도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선 긍정적인 자세를 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통령 4주년 특별연설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에서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당장 국민의힘은 3명의 장관 후보자는 물론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여당도 청와대의 인사 청문 보고서 재송부를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청문 보고서를 단독 처리 할 경우 ‘독주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장관 후보자 중 최소 1명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인사청문회 국면을 통해 무능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뉴시스

◇ 인사 청문 발판 ‘선명한 야당’ 초점 

국민의힘의 행보 초점은 ‘선명한 야당’에 맞춰져 있다. 그간 무능한 야당의 이미지를 씻어내겠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 이후와는 달리 재보선을 기점으로 궤도에 오른 여론이 이러한 기조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여기에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투쟁력을 강조해왔다는 점도 당의 방향성을 가늠하게 하고 있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이 세명 장관 후보자는 부적격자다, 지명철회 해야 한다는 국민 눈높이가 확인됐기 때문에 여당이, 청와대가 국민 눈높이를 맞춰주실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여전히 우려스러운 점도 남아있다. 수적 열세 속에서 정부‧여당의 입장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보니 이들의 ‘투쟁’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당장 민주당은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 보고서와 장관 후보자 청문 보고서를 별건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날 민주당은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가 김 총리 후보자 인사 청문 보고서 채택을 촉구하는 한편, 인사 청문 특별위원회를 일방적으로 개최하며 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한편으론 이 과정에서 ‘야당의 발목잡기’ 이미지 재점화에 대한 우려도 문제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여당의 폭주를 지적하며 ‘단일대오’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원들을 향해 ′대기령′도 내린 상태다. 김 권한대행은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국민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야당의 당연한 책무 아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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