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13일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향후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해 171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삼성전자가 그동안 부진했다고 평가받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다. 이를 기반으로 시스템반도체 리더십 조기 확보를 위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계획 달성 속도를 가속화한다는 목표다.

◇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투자,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확대

삼성전자는 13일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향후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투자 계획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하고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이는 지난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 당시 수립한 133조원의 투자계획에 38조원을 추가한 금액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2022년 하반기 완공될 평택 3라인의 클린룸 규모는 축구장 25개 크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존하는 최첨단의 기술이 적용된 팹으로, EUV 기술이 적용된 14나노 D램과 5나노 로직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또한 평택캠퍼스의 모든 공정은 스마트 제어 시스템에 의해 전자동으로 관리된다. 이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로서 최첨단 제품을 양산하는 전초기지이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기지로서의 주도적 역할이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전자의 과감한 시스템 반도체 부문 투자는 최근 조금씩 불거지고 있는 ‘반도체 위기론’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절대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에선 대만의 TSMC등 글로벌 기업들에게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TSMC가 올해 1분기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6%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점유율이 18% 그쳤다. 지난 2019년 기준 TSMC는 8% 가까이 점유율이 증가한 반면, 삼성전자는 19.1%에서 약 1.1% 감소한 것이라 점유율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모든 산업영역에서 전례 없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각국 정부가 미래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공급망 유치를 위해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투자 확대는 K-반도체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차세대 D램에 EUV 기술을 선도적으로 적용해 나가고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융합한 ‘HBM-PIM’, D램의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CXL D램’ 등 미래 메모리 솔루션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초격차 세계 1위’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한 상생협력 부문도 지원·투자 강화

아울러 삼성전자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과 지원·투자도 더욱 확대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팹리스 대상 IP 호혜 제공, 시제품 생산 지원, 협력사 기술교육 등 다양한 상생 활동을 더욱 확대한다. 공급망 핵심인 소재·부품·장비 업체는 물론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한 학계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반도체 제조를 전담하는 생산 전문 기업) 분야는 사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국내 팹리스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많은 팹리스 창업이 이뤄지며 전반적인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기술력이 업그레이드 되는 부가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 확대는 5G, AI, 자율주행 등 우리나라 미래 산업의 밑거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은 “한국이 줄곧 선두를 지켜온 메모리 분야에서도 추격이 거세다”며 “수성에 힘쓰기 보다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삼성이 선제적 투자에 앞장 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거대한 분수령 위에 서 있고 대격변을 겪는 지금이야 말로 장기적인 비전과 투자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며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 크지만 현재를 넘어 미래를 향해 담대히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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