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낙마 위기에 몰렸던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우여곡절 끝에 생환했지만 새롭게 젠더 이슈가 부각되면서 여권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에 휩싸인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3인의 자진 사퇴 내지 지명 철회를 요구해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최소 두 명, 임혜숙·박준영 후보자는 지명 철회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결국 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고 임 장관은 생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오전 9시께 임혜숙 장관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임 장관이 생환한 것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여성장관 비율 30%’ 공약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여성 진출이 가장 적은 분야가 과학기술 분야”라며 “성공한 여성의 롤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임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야당에서는 능력과 자질이 모자라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임 장관은 임명되고 박준영 후보자는 낙마했다며 비판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반듯하고 능력있는 여성을 열심히 찾는 게 아니라, 능력과 자질이 모자라도 여자라 상관없다는 게 문재인식 페미니즘?”이라며 “여자 후보자 찾기가 힘드니 국민 눈높이에 미달해도 그냥 임명시키자는 말이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이 정부는 페미니즘을 외치기만 할 뿐, 믿는 바도 추구하는 바도 없는 꼰대마초에 다름 아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윤 의원은 “여성할당 30%라는 대통령의 약속은 오랫동안 지속된 남성중심 사회구조 속에서 능력이 저평가된 여성을 열심히 찾는 방식으로 지켜야 한다”며 “애써 찾은 후보가 자격 미달이면 당연히 다시 좋은 후보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찾기도 힘든데 30% 채우기 위해 그냥 임명’이라는 청와대와 여당의 발언은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을 크게 후퇴시킬 뿐 아니라, 안그래도 심화된 20대 양성갈등에 기름을 붓는 짓”이라며 “실제는 능력과 상관없이 패거리끼리 장관직 나눠먹는 데 페미니즘을 써먹어온 정부에게 진정성을 바라기는 어렵지만, 무지와 나태로 갈등에 기름까지 붓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여성 후보자를 찾기가 참 어렵다”고 한 발언을 겨냥해 “(여당이)내부적으로도 박준영 후보자가 사퇴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여 있지 않았을까 했던 것이 며칠 전에 민주당의 모 의원께서 KBS 라디오 방송에 나오셔서 임혜숙 후보자는 여성 장관 후보자인데 찾기 힘들기 때문에 좀 곤란하다라는 취지로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처음부터 민주당이 여성 장관 30%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임혜숙 후보자를 어떻게든 살리고 그리고 박준영 후보자는 아무도 안 도와줌으로써 자진 사퇴를 유도한 거 아니냐, 이 정도의 지적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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