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수소경제사회로 들어선지 어느덧 2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수소차 숫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수소충전소는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정부가 수소경제로의 도약을 약속하며 ‘수소경제사회 로드맵’을 발표한지 2년이 넘었다. 이제 길을 가다보면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수소차인 넥쏘, 수소버스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걸 보니, 확실히 수소경제사회의 문턱은 넘어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도 ‘수소충전소 부족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수소차 1만 시대를 넘어 2만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현재, 수소충전소 설치 현황과 기대에 못미치는 구축 이유, 향후 대책에 대해 짚어봤다.

글로벌 수소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다. 국토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소차 보급현황 1만3,647대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사진=현대자동차

◇ 수소차 숫자는 1위인데… 충전소 구축은 4위에 그친 한국

확실히 글로벌 수소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라고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4월 기준 우리나라의 수소차 보급현황 1만3,647대로 △미국(1만68대) △중국(7,227대) △일본(5,185대) △독일(738대) △프랑스(385대) △네덜란드(370대) △영국(228대) △노르웨이(195대) △덴마크(148대) △스위스(144대) 등 친환경 에너지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는 11개 국가 중 가장 많았다.

반면 국내 수소충전소 수는 보급된 수소차 숫자에 비해서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실제로 <시사위크>가 환경부에 문의한 결과, 올해 4월 기준 우리나라에 구축된 수소충전소 숫자는 82기다. 이마저도 연구용 수소충전소를 제외한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72곳에 불과하다. 

글로벌 선진국들과의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 수소충전소 수는 심각하게 부족한 숫자다. 국가별 수소충전소 숫자의 구축 현황의 경우 △일본(137곳) △중국(128곳) △독일(83곳) △한국(72곳) △미국(45곳) △프랑스(16곳)△영국(9곳) △덴마크(6곳) △네덜란드(5곳) △스위스(2곳) △노르웨이(1곳) 순이다. 

단순 충전소 숫자만 보면 전체 4위에 해당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수소충전소 1대당 부담해야 할 자동차 수는 190대로 미국(240대)보다는 낫지만 1기의 수소충전소밖에 없는 노르웨이(195대)와 비슷한 수치다. 특히 충전소 숫자 1위인 일본(38대)이나 2위 중국(대), 3위 독일(대)에 비해 수소충전소 1개가 부담해야할 자동차 숫자가 훨씬 큰 상황이다.

지난 13일 자동차산업연합회가 개최한 ‘제15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발표를 진행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박노훈 책임연구원도 “국내에서 수소차는 타 연료 차량 대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최근 충전소 구축 지연 및 수소차 신모델 미출시 등으로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수소차 및 수소충전소 현황/Source: Google Flourish>

◇  충전소 개수 자체는 양호… ‘보급 편차’가 취약

그런데 놀랍게도 전문가들은 단순 수소충전소의 ‘숫자’만으로 보면 크게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박노훈 책임연구원은 “수소충전소 32기로도 평균 충전주기인 5일 내 국내 전체 수소차인 1만3,000여대를 충전할 수 있다”며 “72기에 해당하는 국내 전체 수소충전소라면 5일 내 최대 2만8,000대의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충전소 부족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지역별 수소충전소 보급 편차가 수소충전소 부족사태의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즉, 단순한 이론상으로 수소충전소 개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적재적소의 장소와 필요한 시간에 수소충전소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이용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저공해차 통합누리집 자료에 따르면 강원과 부산지역의 경우, 1,000여대가 넘는 수소차가 운행 중이나, 충전소는 각각 2곳에 불과해 수소충전소 1기당 500대가 넘는 수소차를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1,900대에 육박하는 수소차가 운행되고, 차량 유동량이 높은 서울시의 경우에도 수소충전소가 4기밖에 운영되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수소충전소 이용이 많은 시간대가 되면 충전소 부족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충전소 수요 집중시간인 평일 18시 이후와 주말·공휴일에는 국내 전체 지역 중 62.5%가 수소충전이 어렵게 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박노훈 책임연구원은 “국내 수소충전 여건은 지역별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좋지 못한 편”이라며 “울산, 세종시의 경우 쾌적한 편으로 볼 수 있으나 서울, 부산, 인천, 강원, 경북 지역 등은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지역별 수소차 및 수소충전소 보급현황/Source: Google Flourish>

◇ 정부, 올해 수소충전소 180기까지 증축 계획… 목표 달성은 “글쎄”

수소충전소 부족 문제는 수소차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수소차 구매를 희망하던 사람들이 수소충전소 이용 불편 문제를 의식해 구매를 포기하는 일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소차 증가율은 산업 초기 시점인 2017~2019년까지 429%가 넘었으나 수소충전소 부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2019년부터는 수소차 증가율이 115%로 크게 줄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박노훈 책임연구원은 “수소차 보급률이 세계 1위이나, 이에 걸맞은 수준의 충전소 구축이 이뤄지지 못해 국내 수소전기차 산업의 발전 속도가 지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정부는 수소차 확산에 맞춰 입지 규제 완화, 운영 보조금 지원 등 충전소 확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2022년까지 수소 충전소 310곳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올해 연말까지는 180기 이상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정부의 수소충전소 구축계획에 대해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지역주민 반대, 고압가스 허가 소요기간 등의 방해 요소로 인해 수소충전소 구축 지연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2019년 말에 세웠던 86기 수소충전소 구축조차도 2년이 흐른 지금까지 달성하지 못한 실정이다.

정부는 입지 규제 완화, 운영 보조금 지원 등 충전소 확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지역주민 반대, 고압가스 허가 소요기간 등의 방해 요소로 인해 수소충전소 구축 지연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 수소충전소 부족사태 해결하려면 국산화·사업자 지원부터

수소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충전소 사업자들의 운영상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것이 수소충전소 부족 문제의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충전기 핵심부품의 낮은 국산화율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에서 사용되는 핵심 부품 및 기술은 노르웨이의 넬(Nel)사와 같은 해외 기업이 대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수소충전소 핵심부품·기술 국산화율은 42%에 불과하다. 충전소 구축 시 국산화 기술이나 부품의 적용률은 더욱 떨어진 30% 미만이다.

해외 기술과 부품을 사용하는 것 자체엔 문제가 없으나 고장 시 부품 수급, 수리로 인한 충전 중단 시기가 장기화된다. 이로 인해 인접 수소충전소로 충전 소요가 이동하게 될 경우 대기 시간 증가, 충전소 과부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충전량 제한 및 고장의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박노훈 책임연구원은 “주로 대도시, 수소 생산 및 공급이 원활한 울산·창원 등 지역 위주로 충전소가 설치됐다”며 “속초, 청주, 삼한 등 지역은 고장 시 원인 파악 지연 및 부품 공급 차질을 우려로 30~50%만 충전이 가능해 이용자들의 불편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충전기 핵심부품의 낮은 국산화율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해외 기술과 부품을 사용하는 것 자체엔 문제가 없으나 고장 시 부품 수급, 수리로 인한 충전 중단 시기가 장기화되기 때문이다./ 사진=시사위크DB

여기에 수소충전소 운영자의 수익성 미흡으로 민간사업자의 시장진입 기피 역시 수소충전소 확충을 더디게 만드는 요소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H2KOREA)의 자료에 따르면 수소충전소 1개소당 연매출은 3억6,000만원이나 수소 구입, 인건비, 전기 등 운영비를 제외하면 오히려 연 1억1,000만원 손해를 보게 된다. 2019년 이전 구축돼 비교적 오래된 수소충전소 중에서도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19개소 중 3개에 불과하다.

박노훈 책임연구원은 “수소충전소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에 대한 안정적인 운영 지원이 필요하다”며 “On-site 충전소(수소충전소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해 공급하는 충전소) 설치 보조금 확대와 지역별 설치 운영 및 운영 의무화 등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활성화 단계까지 수익성 확보를 위한 민간사업자 지원 확대를 위해 현재 특수 충전소 설치보조금(30억원)의 50%를 지원하는 보조금을 70% 수준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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