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박′으로 평가받는 김재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출마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에 ‘친박’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친박 출신 인사들이 연이어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던지면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박 세력이 얼마만큼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재원 전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의 뜻을 재차 밝혔다. 지난 14일 입장문을 발표한 데 이어 공식적으로 회견에 나선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많은 분들로부터 우리 당의 집권을 위해 기여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왔다”며 ”이제 제가 나서 당의 중심을 잡고 집권전략을 수립하는 데 이바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이른바 ‘진박(진짜+친박)’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를 도우면서 친박계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 재임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21대 총선에서 공천 갈등으로 원래 지역구(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가 아닌 서울 중랑을 출마를 준비하다 경선에서 떨어진 바 있다.

친박 인사의 출마는 이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알려진 도태우 변호사도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전날(17일) “국민의힘은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며 출마의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 안에선 그간 ‘계파’가 사라졌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이계‧친박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해체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총선 참패 이후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경험하며 당내 체질이 바뀌게 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앞선 원내대표 경선을 기점으로 사뭇 달라졌다. 경선에서 ‘강성 친박’으로 평가된 김태흠 의원이 1차 투표에서 30표로 2위를 기록하면서다. 당초 김기현-권성동 의원의 양강 구도 속에 김 의원의 약세가 점쳐졌으나, 의외의 변수가 됐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 안팎에서 박 전 대통령의 정서를 어느 정도 끌어안고 가야 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강성 친박′인 김태흠 의원이 2위를 기록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당내 친박 정서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뉴시스

◇ 전당대회서 ′세 결집′ 난망

전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같은 기류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만으로도 당내에선 우려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극우 보수’와 결별로 재보선에서 승리한 공식과 어긋날 경우, 결과적으로 내년 대선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이지만, 친박과 앙금이 남아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계도 걸림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 ‘탄핵 불복론’이 피어나며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 된 부분이다. ‘친박’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고 말하자 '도로 한국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당내에선 곧바로 “전체 의견이 아니다”, “이러니 학습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라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다만, 정권교체라는 대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적극적으로 결집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없는데, 친박이란게 의미가 전혀 없다”며 “(전당대회서) 세 결집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윤 전 총장에게 직접 수사를 받았던 김재원 전 의원은 이날 “대의을 위해선 제 개인적인 생각이나 사정은 내세울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권교체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앞서 그는 페이스북에 “이길 수만 있다면 윤석열이 괴물이면 어떻고 악마면 어떤가”라고 밝혔다. 오히려 ‘원한’이 있는 자신이 나설 때야 윤 전 총장의 영입도 명분이 생길 수 있다며 책임자를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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