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영남 민심 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영남 민심 달래기에 열중하고 있다. 4‧7 재보선 이후 ‘영남당’ 논쟁이 불거진 데 이어 ‘영남 홀대론’까지 나오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사실상 ‘텃밭’인 영남을 놓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당권에 도전한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대구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야권 대통합과 후보 단일화, 개혁 정당 만들기, 공정한 경선 관리, 대선 승리 등 4가지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며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남당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영남당은 민주당이 우리 당에 씌운 프레임인데 그것을 내부에서 주장하는 건 해당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절대적 지지를 보내준 영남에 대한 모욕”이라고 덧붙였다. 

주 의원은 대표적인 TK 인사로 그간 영남당 논쟁을 직접적으로 맞닥뜨려 왔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이 비단 주 의원만의 입장은 아닌 모습이다. 전당대회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출마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일제히 영남을 찾아 지역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19일 출마에 앞서 대구 동화사를 찾는가 하면,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20일) 출마선언을 한 뒤 2주간 대구로 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른 당 대표 후보들도 대구를 찾았거나 찾을 예정이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는 배은망덕하면 안 된다”며 ‘영남 홀대론’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받은 은혜를 보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잡은 물고기라고 애정을 안 주면 차인다”고 덧붙였다. 

당세가 가장 강한 지역인 만큼, 전당대회 출마자들은 ′영남 홀대론′을 해소하고 지역 당심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뉴시스

◇ 힘 잃는 ′영남당 프레임′

이들이 일제히 영남으로 발길을 향하는 데는 사실상 영남이 당심에 가장 큰 ‘힘’을 가진 탓이다. 앞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 당 책임당원의 구성은 영남이 60%다. 타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며 당 대표 경선룰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만큼 영남 지역이 당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남 홀대론’ 해소는 각 후보들의 중요 과제가 됐다. 영남에서 마음을 얻지 못하면 당내 선거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는 까닭이다. ‘지역정당’ 탈피를 내걸며 영남 논쟁의 ‘트리거’를 당긴 초선 주자들도 ‘영남 프레임’을 지우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당권 주자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영남이 무슨 죄인가”라며 “도로 영남당이 아니고, 도로 한국당 기득권 안에 갇히는 구태를 벗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영남당 프레임’이 힘을 잃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나경원 전 의원 등의 본격 출마로 ‘신진’과 ‘중진’의 대결 구도가 굳혀진 데다가, 출마자들이 일제히 영남당 프레임 지우기에 나서면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번 전당대회 대표는 (사실상)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라며 “영남, 비영남은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의 시선은 당권 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 국면까지도 바라보는 모습이다. 영남을 중심으로한 ‘집토끼’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20일) 경북 구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하는 등 ‘보수’ 이미지를 강화했다. 그간 호남 행보로 외연 확장에 나서는 한편 투트랙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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