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1년여 앞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최근 지역 매체를 통해 대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10년간 도지사직을 수행하며 쌓아온 치적들이 최근 연이어 문제가 되면서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 뉴시스 
퇴임을 1년여 앞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최근 지역 매체를 통해 대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10년간 도지사직을 수행하며 쌓아온 치적들이 최근 연이어 문제가 되면서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 뉴시스 

시사위크=최정호 기자  이광재 의원(더불어민주당‧원주갑)이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차기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의원이 강원도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현직에 있는 최 지사가 대권에 출마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최 지사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흔들리는 분위기다. 20일 최 지사는 한 지역 방송에 출연해 대권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는 밝히지 않은 채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제는 최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 잡음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최 지사는 국민들 사이에 반중감정이 극대화된 상황임에도 무리하게 차이나타운 건립을 추진하는 등 대규모 부동산 개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향후 대권을 향한 ‘치적(治積) 쌓기’라는 비판이 적지 않은 가운데, 일련의 논란들이 최 지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레고랜드’ 외자유치 사업, 강원도비 사업 ‘변질’ 

우선 ‘춘천 레고랜드’를 둘러싼 뒷말이 무성하다. ‘춘천 레고랜드’는 2010년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추진한 사업이다. 이 전 지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나자 강원도는 2011년 레고랜드 부지에 꽃을 심어 ‘사계절 꽃섬’으로 조성하는 사업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최 지사는 2011년 4월 부임하자마자 레고랜드 사업을 재추진하기 시작했다.   

레고랜드는 강원도 춘천시 의암호에 있는 중도에 ‘레고’ 장난감을 토대로 지어지는 테마파크다. 약 129만㎡ 규모로 알려진다. 강원도는 레고 테마파크 외에도 △호텔 △워터파크 △상가 △아울렛 △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레고랜드는 2014년 오픈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했으나 개장만 7번 연기된 후 2022년 초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사업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청에 따르면 레고랜드 건립에 예상되는 총 사업비는 약 2,500억원 규모다. 이 중 ‘강원중도개발공사’(강원도‧멀린사 합작법인)가 800억원을 은행권에 대출을 받았고, 멀린사(社)가 약 9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800억원의 자금 조달이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또, 레고랜드는 각종 소송으로 얼룩져 있다. 최근 기반 공사 계약해지 건으로 건설사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고, 지난 7일에는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최 지사를 비롯해 강원도청 간부 4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그동안 레고랜드 문제점들을 알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온 춘천 지역 한 시민단체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레고랜드의 가장 큰 문제는 강원도가 멀린사와 계약한 게 아니라, 중간 단계에 있는 소위 브로커들과 계약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서 “명백한 최 지사의 잘못이며, 해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청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멀린사의 합작법인인 유한회사와 계약한 것이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한 레고랜드 사업, 외자유치 등의 실패로 인해 10째 완공을 못하고 있다. 사진은 레고랜드 조감도 / 뉴시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한 레고랜드 사업, 외자유치 등의 실패로 인해 10년째 완공을 못하고 있다. 사진은 레고랜드 조감도 / 뉴시스

◇ 반중감정 절정 ‘차이나타운’ 조성 논란

춘천시에 조성되는 차이나타운도 잡음이 많다. 

이 사업은 2018년 코오롱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던 택지에 투자자들을 모아 사업비 1조원대 규모의 ‘한중문화타운’을 춘천에 건립하기로 한 것이 핵심이다. 투자자 가운데 중국 ‘인민일보’의 자회사인 ‘인민망’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국민들 사이에 반중감정이 극대화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국 자본을 유입시켜 차이나타운(한중문화타운)을 짓는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인민일보는 중국 공상산당 기관지이며, 인민망 측은 이 사업을 한중문화타운이 아닌 ‘중국복합문화타운’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우수한 문화를 전방위적으로 알리는 창구의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청은 ‘인천 차이나타운 개념이 아닌 한중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설명이지만,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았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강원도 춘천시에 조성되는 차이나타운 건립을 막아달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지난 4월 28일 청원 만료된 해당 게시글에는 총 67만780명이 동의했다. 청와대의 답변 기준(동의 20만명)을 훌쩍 넘어섰지만, 아직까지 청와대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해당 사업의 주체인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인민망이 자금을 투자한 것은 아니다”라며 “한중문화타운이기 때문에 중국 쪽 문화에 정통한 사업 파트너가 필요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강원도청 관계자 역시 “2018년은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관계가 냉각된 상태에서 사기업이 중국과 한중문화타운을 건설하는 것은 도 입장에서는 호재였다”면서 “강원도는 중국인들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인 크기 때문에 꼭 필요한 사업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코오롱글로벌 측은 해당 사업에 대해 재검토를 선언한 상태다. 

문제는 강원도가 이미 한중문화타운과 유사한 ‘차이나드림시티’ 사업을 진행중이었다는 점이다. 2014년부터 시작된 ‘차이나드림시티’ 사업은 중국 자본이 직접 유입된다는 점에서 한중문화타운과 차이점이 있다. 

차이나드림시티는 중국 샹차오 홀딩스가 진행하는 사업으로, 현재 약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국내에 들어왔다. 샹차오 홀딩스는 강릉시 정동진 인근에 14만평의 부지 매입을 완료했으며, 행정당국(강릉시)은 실시계획인가까지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인천에 있는 차이나타운과 같은 시설이 아닌, 순수한 중국문화 관광시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업 승인도 끝났으며, 중국 자본이 들어와서 차이나타운을 조성해버리고 관광특구라고 하면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없다”고 꼬집었다. 

최 지사가 추진중인 이들 사업은 공교롭게도 반중감정이 치솟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구설을 낳고 있다. 특히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이 큰 상황에서 강원도가 나서서 중국 문화단지를 만드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도청에 따르면 도민 주요 수입 중 관광산업과 수출(중국‧미국‧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를 위해 강원도는 2017년 중국통상과‧일본구미통상과를 각각 설립했다. 중국통상과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중국과 냉각 상태로 인해 남이섬 관광객 절반 이상 줄었다”며 “도 입장에선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익명을 거론한 서울의 한 대학교 중국문화연구소 모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사드 배치를 시작으로 한한령과 코로나 사태 등으로 축적된 반중 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면서 “국민들이 중국이라는 국가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 중국과 관련한 문화 타운을 건립하는 건 논란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유권자 의식 높아져… 개발 치적쌓기 성공 못해

<시사위크>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 지사는 3연임 동안 대규모 관광시설 사업을 직‧간접적으로 유치하려는 열망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관광수입 증대를 통한 강원도 발전이 종국의 목적이었겠지만, 사업이 순탄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데다 무리한 사업추진이라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권 도전을 위한 최 지사의 치적쌓기 의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도청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로선 최 지사의 퇴임 이후 행보는 정해진 것이 없다. 다만 강원도청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일부 지역 언론에서 나오는 최 지사의 향후 행보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지만, 사실무근이라고까지는 볼 수 없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최 지사도 최근 한 지역방송에 출연, 대선 출마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답변 대신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에 진행자는 “부정은 안하시네요”라고 미소의 의미를 해석했다. 

현재 최 지사는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말 강원도 5대 징비행정을 발표했다. 이 중 최 지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3가지로 압축된다. △최 지사 스스로 ‘어떻게든 책임지겠다’는 레고랜드 △알펜시아리조트를 8,000억원에 매입해 1조원에 매각하려 했지만 실패한 사안 △두 건이나 벌여놓은 차이나타운 조성사업 등이다. 

최 지사의 최근 행보에 대해 김진태 JT정치문화연구소장(전 국회의원)은 “정치적 이슈를 잡기 위해 강원도민을 위한 행정은 저버리고 있다”면서 “알펜시아 리조트부터 레고랜드까지 은행에 수천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데, 임기 말 해야 할 일들은 하지 않은 채 대형개발 이슈들(차이나타운 개발)을 끌어오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최 지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치적쌓기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부동산 개발을 통한 치적쌓기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 데 긍정적 효과로 작용할 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모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최근 들어 유권자들은 냉정해졌다. 단순히 치적만으로 대권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권자들이 치적을 판단하는 기준이 정확해졌으며 SNS의 발달로 여론 형성도 쉬워졌다. 이는 4‧6 보궐선거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원도청 측은 대권 도전을 위한 치적쌓기 지적에 대해 “레고랜드와 차이나타운 조성 등은 오래전부터 추진한 사업이기 때문에 치적쌓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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