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밤 3박5일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포함한 이번 방미 일정에 대해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는 총평을 남겼다. 한미 백신·경제협력, 대북정책 공조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 ‘백신 허브’ 발판 성과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를 한국에 구축하는 구상을 한 바 있다. 이에 이번 방미 일정을 통해 한미 백신공조 강화 및 이를 위한 ‘백신 허브’ 발판 마련에 총력을 다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 합의하고,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 직접지원을 약속한 것도 성과로 평가된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사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는 등 문 대통령의 ‘백신 외교’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미 백신 스와프’를 이루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에 대해 24일 “(미국에) 백신 지원을 요청하는 국가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특정국과 스와프를 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이해한다”며 “미국이 한국군에 백신을 제공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감안한 우리 측에 대한 특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미국과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산업에 대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발맞춰 한국 반도체·배터리 기업들도 총 44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발표했다. 5G·6G 기술이나 우주산업 등 첨단과학 분야, 원전 협력 등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한미동맹이 포괄적 협력으로 격상했다는 의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과거 수혜적, 안보 위주 동맹이었다면 이제는 호혜적, 동반자적 동맹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후속조치 실행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산업, 백신에 대한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단상에 오르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단상에 오르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 ‘판문점선언’ 명시와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청와대는 이번 순방에서 한미공동성명에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한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명시한 점을 큰 성과로 꼽고 있다. 지금까지의 남북미 논의를 존중한다는 것으로, 향후 비핵화 대화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커진다는 의미기도 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 관련 대화의 기틀을 마련해 본격 협상이 기대되는 시점에 와 있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와대는 바이든 대통령이 성 김 대북특별대표 임명에 대해서도 ‘우리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해당 인사에 대해 “깜짝 선물”이라고도 표현한 바 있다. 성 김 대북특별대표는 그간 동아태차관보 대행으로 한국과 긴밀히 소통해왔으며, 빠른 시일 내에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구체적인 협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미협상의 가장 큰 문제인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톱다운’식 대화에 선을 그은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 아울러 한미공동성명에 북한 인권이 거론된 점 역시 북한이 대화를 거부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군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제한했던 한미 미사일 지침이 42년만에 종료된 것 역시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는 문재인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항이다. 지난해 7월 한미는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도록 합의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미사일 지침의 완전한 종료를 이끌어냈다.

미사일 지침 종료는 한미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군사주권이 회복됐으며,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에 한국을 가담시키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당장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이 개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중국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국방부에 따르면, 24일 오전까지 중국 측의 항의가 들어오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 역시 “중국도 한국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