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환경파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비트코인 채굴 시 많은 전력소모로 인해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가상화폐의 ‘달러’로 불리는 비트코인(Bitcoin)이 ‘환경파괴 논란’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비트코인의 채굴 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문제를 테슬라의 CEO 일론머스크가 지적하면서다.

지난 13일 일론머스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이로 인해 화석 연료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테슬라는 비트코인으로 자사의 차를 구매하는 것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4일 비트코인을 활용한 기부금 수령을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린피스는 지난 2014년부터 가상화폐를 통해 기부를 받는 최초의 NGO단체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환경파괴 이미지’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의 환경파괴 논란이 수면 위로 불거진 것은 지난 13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메시지 때문이다. 당시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비트코인으로 자사의 차를 구매하는 것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뉴시스

◇ 비트코인 채굴 전력 사용량, 중형 국가 수준… 탄소 배출량은 한 해 2,200만톤

그렇다면 가상화폐 열풍의 중심이자 미래 금융 시장의 트렌드를 바꿀 것으로 기대 받는 비트코인의 채굴이 정말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변은 안타깝게도 ‘그렇다’라고 볼 수 있겠다. 

미국 트리티니 칼리지 경영대학원 브라이언 루시 교수는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이 유럽의 중형국가가 사용하는 전력과 맞먹는데, 이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라며 “비트코인은 역사상 가장 더러운 화폐다”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케임브리지 비트코인 전력소비 지표(CBECI)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은 연간 비트코인 113.27TWh이다. 이는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인 2만5,082TWh의 0.45%를 차지하며, 전력 소비량(2만863TWh)의 0.52%에 해당한다.

얼핏 보면 전체의 0.5% 안팎의 규모로 보이나 이를 국가별 전력 사용량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양임을 알 수 있다. 비트코인이 소비하는 전력은 네덜란드에서 연간 사용되는 전력량인 110.68TWh보다 높고, 여기에 인구 4,580만명 수준의 아르헨티나(124.03TWh)나 아랍에미리트(119.45TWh)에 조금 모자라는 수치다. 

<국가별 연간 전력 사용량과 비트코인 채굴 전력 사용량 비교 그래프/Source: Google Flourish>

비트코인이 이렇게 많은 양의 전력을 사용하는 데는 매우 복잡한 연산 과정이 주요 원인이다. 비트코인 채굴의 경우 컴퓨터 1대로 1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선 약 5년의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비트코인 채굴장에서는 보통 수천대 이상의 컴퓨터를 설치해 작업을 한다. 

가상화폐 채굴이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은 채굴 시 사용되는 전력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으로 환산할 경우 체감하기 더욱 쉽다. 

지난 2019년 독일의 뮌휀공과대학(TUM)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연간 비트코인 채굴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2,200만톤에서 2,29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승용차 한 대가 연간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4.7톤인 것을 감안하면 약 480만대의 자동차가 1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양이다.

전세계 비트코인 채굴량 1위를 차지하는 중국의 전문가들 역시 비트코인 채굴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중국과학원대학(UCAS)과 중국과학원(CAS)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개제한 ‘중국의 비트코인 블록체인 운영의 탄 배출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정책 평가’ 논문에서 “중국의 칭화대학교, 영국 서리대학교, 미국 코넬대학교와의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 오는 2024년에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에너지 소비량은 297TWh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경우 연간 1억3,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독일의 뮌휀공과대학(TUM)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연간 비트코인 채굴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2,200만톤에서 2,290만톤에 이른다./ 사진=MIB Coin 트위터 캡처

◇ 전문가들, “친환경 에너지 사용하는 비트코인은 긍정적”

이처럼 심각한 환경오염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논란이 거세지면서 비트코인의 시세도 곤두박질친 상황이다. 지난 13일 머스크의 발언 이후 비트코인의 시세는 당일 7% 이상 급락해 5,860만원까지 떨어졌다. 해당 여파는 현재까지 지속돼 25일 기준 비트코인의 시세는 지난 4월 7,000만원 대에서 약 40% 넘게 떨어진 4,600만원대 근처를 횡보를 하며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환경오염 문제에서 벗어날 희망은 정말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채굴 시 사용되는 전력의 발전 방식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바꾼다면 비트코인의 환경오염 문제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한화자산운용에서 지난달 27일 발간한 ‘비트코인과 ESG’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 시 친환경 발전 비중은 상회하며, 주요 에너지원은 수력발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자산운용은 “비트코인 채굴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하는데, 중국 채굴자는 향후 가격이 낮아지는 친환경 발전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정부 또한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계획으로 중국에서 친환경 비트코인 채굴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어 “태양광 에너지는 낮 시간, 풍력에너지는 저녁 시간대에 대부분의 전기 에너지가 생성되며 이는 시간대별 수요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태양광 발전 배터리 기술을 접목해 비트코인을 채굴한다면 태양광 에너지 활용도를 40%에서 90%까지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의 주요 채굴자인 디지털 자산 업계는 친환경 채굴 방식을 서둘러 도입하고 있다. 특히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채굴은 비트코인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원본: Getty images)

비트코인의 주요 채굴자들인 디지털 자산 업계 주요 기업들인 스퀘어, 아르고(Argo), 아커(Aker) 등 역시 친환경 채굴 방식을 서둘러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스퀘어의 경우 비트코인 클린에너지 협회를 출범하고 비트코인 채굴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데 약 1,000만달러(한화 112억원)를 투자했다. 아르고의 경우엔 DMG블록체인 솔루션과 협업을 통해 100% 친환경 비트코인인 마이닝풀을 출시할 계획이며, 노르웨이의 아커는 자회사 Seetee를 통해 비친환경 비트코인 비즈니스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비트코인 환경오염 논란을 촉발시킨 일론 머스크도 2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해 채굴하는 비트코인에 대해선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일론 머스크는 “북미 지역의 비트코인 채굴업자들과의 대화 결과, 그들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있거나 향후 사용할 것이라는 상황을 밝혔다”며 “이는 잠재적으로 유망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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