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경쟁 마트에 대한 무단 촬영으로 갈등에 휩싸였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경쟁 마트에 대한 무단 촬영으로 갈등에 휩싸였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경쟁 관계에 놓인 일반 마트를 몰래 촬영하다 들통 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의 거듭된 사과 요구에도 BGF리테일은 통상적인 시장조사이자 불법적 요소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 편의점 바로 옆 마트 몰래 촬영하고도… “시장조사” 당당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27일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의 한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마트에서다. 이날 마트를 찾은 한 남성이 다소 수상한 행동을 보였다. 마트 주인이 CCTV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 남성은 스마트폰으로 마트 내부는 물론 외부까지 꼼꼼하게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남성의 정체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본사 직원이었다는 점이다. 해당 마트와 같은 상가 건물, 불과 10여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엔 CU 편의점도 자리 잡고 있었다.  

마트 주인은 해당 남성 및 BGF리테일 측에 항의했지만 명확한 사과는커녕 다소 황당한 답변만 돌아왔다. 경합점의 운영 상황을 확인하고, 영업방식을 배우고자 했다는 것이다. BGF리테일 측 역시 통상적인 시장조사였다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BGF리테일 직원의 이 같은 몰래 촬영은 불법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도의적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배상 등 법적 책임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상업적 목적의 무단촬영인 것은 분명하다”며 “동영상 촬영을 통해 확보한 세밀한 정보를 토대로 대기업 차원에서 전략을 수립할 경우 동네 마트가 살아남을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공식입장을 통해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가 동네 마트에 와서 도둑촬영을 한 일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임원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동네 마트 내부 진열대를 몰래 촬영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 편의점 업계는 골목상권에서 무차별·공격적으로 확장하며 알박기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기업 편의점의 점포 수 확장 경쟁이 도를 넘어 근근이 생계를 잇는 동네 수퍼들도 폐점 위기에 몰렸다. 이번 사건을 통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과 수퍼업계의 피해 사례가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BGF리테일은 공식적인 사과 없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시장조사였다. 그 이전에도, 현재도 시장조사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사과나 입장 변화는 없다. 해당 직원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추가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BGF리테일 측으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며 “내부적으로 추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BGF리테일의 무단촬영에 따른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처럼 경쟁 마트에 대한 무단촬영으로 갈등에 휩싸인 BGF리테일이 평소 상생을 강조해왔다는 점은 씁쓸함을 더한다. BGF리테일은 홈페이지 첫 화면부터 ‘상생’을 띄우며 “1990년 1호점 개점 이후 30년 동안 쌓아온 지역사회 및 고객과의 유대감을 바탕으로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이상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