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스토리텔링PT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당권 구도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속내가 복잡해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당장 전당대회 이후 합당은 물론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등을 고려할 때 이 전 최고위원의 당선이 썩 좋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25일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돌풍’에 대한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이 전 최고위원의 돌풍이 변화의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경륜이 짧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 가운데 야권 대통합에 대한 우려도 새어 나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그쪽(국민의힘)도 상당히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홍준표 대표의 복당 문제도 아직 해결이 안 됐고, 안 대표와 합당 문제가 아직 종결이 안 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는 이 전 최고위원이 그간 여러 차례 안 대표를 ‘직격’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4·7 재보선 과정에서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들)’을 자처하며 안 대표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안 대표의 행보는 용두사미식”, “야권 전체의 A급 엑스맨”이라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구원(舊怨)에 얽혀 있다는 점에서 안 대표 입장에선 썩 좋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과거 같은 지역구에서 싸운 데다, 좋을 게 없다”며 “(안 대표도)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국민의당도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혁모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이준석이 만들어낸 반(反) 페미 프레임과 대깨문에 이어 자칭 ‘대깨준’이라 불리는 이준석 극렬지지자들이 등장했다”고 맹비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여론조사 1위 결과를 비꼰 것이다.

국민의당은 그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비판한 것과 관련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뉴시스

◇ ′개인적 감정′에 ′합당 이견′까지 첩첩산중 

이렇다 보니 당장 이들의 합당 논의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최고위원이 양당 간 당 대 당 합당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 대 당 통합에 목소리를 높여온 국민의당과 전면 배치되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 20일 한 라디오에서 “당 대 당 합당 문제에 있어서 안 대표가 공교롭게 국민의당 전력의 99.9%라고 생각한다”며 “굳이 비교하자면 소 값은 후하게 쳐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조하고 계신 당협 조직이나 이런 것들은 한 푼도 안 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소 값’ 발언도 트리거가 됐다. 김근태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야권의 소중한 동지로 함께 해야 할 국민의당에 소 값 운운하며 막말로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저열한 생존전략의 결과물은 똑똑한 분이시니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거라 생각한다”며 “구태 정치인과 같이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물론 정권 교체를 위해선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모인 만큼, 향후 이러한 사감(私感)이 통합을 저해하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적인 상황인 만큼) 그런 거(개인 감정)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최고위원 역시 라디오에서 “안 대표를 싫어하는 티를 내는 건 사적인 영역”이라며 “당 대표가 되면 공적인 영역에서 당의 유불리를 따져야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합당이 통합의 전초전이니 그 첫걸음을 당연히 실현시켜야 한다”며 “6월 11일 이후 뚜껑이 열리면, 선출된 분이 어떤 식으로 야권 통합을 이루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합당 논의를 이끌었던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합당에 목소리를 높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이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미래한국당과의 통합을 완성했고 김종인 비대위원회를 출범 시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국민의당과 합당 준비도 거의 마무리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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