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해 9월 22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해찬 전 대표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이해찬 전 대표가 어떤 후보를 지원할 것인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해 9월 22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해찬 전 대표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이해찬 전 대표가 어떤 후보를 지원할 것인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2022년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으면서 정치권에서는 킹메이커를 자처하고 있는 여야 원로들의 대전에도 불이 붙었다. 야권에서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여권에서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당대표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상왕 정치’를 하며 여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는 판세가 여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정치 활동을 재개하고 여당 지원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민주당의 대선 경선을 앞두고도 이해찬 전 대표가 여권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친문 세력의 표심이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여부다. 친문 진영이 정치적 앙금을 털어내고 본선 경쟁력을 고려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손을 잡을 것인지, 아니면 ‘이재명 비토’를 꺾지 않고 제3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여부다.

이 때문에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좌장인 이해찬 전 대표의 선택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이해찬 전 대표와 ‘부엉이 모임’으로 대표되는 친문 핵심 세력과는 이재명 지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았다.

친문 주류 세력은 지난 대선 경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이재명 지사에게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이해찬 전 대표는 이 지사를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친문 주류와는 달리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반드시 ‘친문 적자’가 아니더라도 누가되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본선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지원설 와전된 것” 경계심도 표출

이 지사가 과거 친형 강제입원 등의 문제로 검찰에 의해 기소되면서 어려움을 겪었을 당시 이해찬 전 대표가 그의 방패막이가 돼줬다는 사실은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시 친문 세력을 중심으로 이 지사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이에 이 지사는 지도부에게 당원권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이 전 대표는 이를 수용했다. 이 때문에 강성 친문 지지층에서는 이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를 미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5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강성 친문 일부는 이재명 지사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이해찬 전 대표는 그런 입장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며 “이 전 대표가 과거 당대표 시절에도 이재명 지사를 출당시키지 않고 당원권 정지만 시켰는데 이 전 대표는 이재명 지사를 당의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출범한 이 지사의 전국적 지지 모임인 ‘민주평화광장’이 이해찬 전 대표가 지난 2008년 만든 연구재단 ‘광장’의 이름과 조직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해찬의 이재명 지원설’은 다시 부상했다. ‘민주평화광장’ 공동대표를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조정식 민주당 의원이 맡고 있고, 이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성환·이해식 민주당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이해찬 전 대표가 지난달 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1시간 30분여 동안 독대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전 대표가 어떤 대선주자와 접촉했는지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이유는 이 전 대표가 여권에서 가지는 정치적 상징성 때문이다. 지난 2일 열린 당대표 경선에서도 이해찬 전 대표가 어떤 당권주자의 후원회장을 맡았는지가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여권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는 ‘이해찬 쟁탈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이재명 지사 측은 이해찬 전 대표의 연구재단 ‘광장’이 ‘민주평화광장’의 모태가 됐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민주평화광장’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에 민주평화광장이 출범을 하는데 그 부분(광장 그룹)이 상당히 기초가 되고 나름대로 모태가 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이번에 참여한 현직 의원들도 보면 이해찬 대표 시절 당직을 맡았던 의원들이 많이 참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는 대선에서 민주평화 진영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늘 강조를 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어쨌든 대선 승리를 위해서 승리할 수 있는 인물을 앞으로 내세워야 된다, 그런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해찬 전 대표는 친문의 좌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이재명 지사에게 상당히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지적에 “그렇다”면서 “이 지사가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세균 전 총리는 ‘이해찬의 이재명 지원설’을 일축하고 나섰다. 정 전 총리는 지난 24일 MBN 판도라에 출연해 “제가 듣기로는 누구를 꼭 편드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며 “그것은 와전된 것이라고 들었는데, 좀 더 지켜보면 알겠죠”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해찬 전 대표가 친문 주류와는 달리 이재명 지사에게 우호적인 것은 맞지만 당내 분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공개적으로 특정 주자를 지원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해찬 전 대표와 이재명 지사가 우호적인 관계인 것은 분명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이 전 대표가 이 지사 캠프의 좌장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이른 것 아닌가 한다”며 “전직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 한쪽으로 치우칠 경우 당의 분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지사에게 호감 정도는 보낼 수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깃발을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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