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규모 KPX홀딩스 이사회 의장이 자사주 매입 결정에 이은 본인 주식 처분으로 뒷말을 낳고 있다.
양규모 KPX홀딩스 이사회 의장이 자사주 매입 결정에 이은 본인 주식 처분으로 뒷말을 낳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양규모 KPX홀딩스 이사회 의장의 알쏭달쏭한 행보가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며 자사주 매입 결정을 발표하더니 정작 자신의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오너일가 부당지원이 적발되고, 국민연금이 감사 선임에 반대하는 등 신뢰가 크게 흔들린 가운데, 양규모 의장 일가를 향한 시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 120억 규모 자사주 매입 발표하더니… 본인 주식 처분으로 ‘쏠쏠’

KPX그룹의 지주사인 KPX홀딩스는 지난 7일 자사주 매입을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오는 11월 8일까지 6개월에 걸쳐 12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사주 매입의 목적은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및 자금 운용의 효율성 제고”라고 밝혔다.

실제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및 주주에게 있어 호재로 여겨진다. KPX홀딩스 역시 해당 공시가 나온 이후인 지난 10일 주가가 전일 대비 최대 17% 올랐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뒤인 지난 13일, 양규모 의장은 자신이 보유 중이던 KPX홀딩스 주식의 대규모 처분에 나섰다. 3일에 걸쳐 총 10만4,000주를 장내매도한 것이다. 양규모 의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21일에도 2만3,800주의 KPX홀딩스 주식을 추가 처분했다. 양규모 의장의 1차 주식 처분단가는 7만9,284원~8만181원, 2차 처분단가는 7만1,943원으로, 총 100억원을 현금화했다.

이러한 최대주주의 주식 처분은 자사주 매입과 달리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대규모 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뿐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도 크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 결정 발표 이후 8만3,400원까지 올랐던 KPX홀딩스 주가도 양규모 의장의 주식 처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6만9,800원까지 떨어졌다. 

일련의 흐름을 종합해보면, 양규모 의장의 행보엔 커다란 물음표가 붙는다. KPX홀딩스 차원에선 주주가치 제고 및 주가 부양 조치를 실행에 옮기고, 정작 자신은 그 직후 주식을 팔아치워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주가를 하락시켰기 때문이다. 양규모 회장은 KPX홀딩스 이사회 의장으로서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장본인이다.

<시사위크>는 이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KPX홀딩스에 문의했으나 “해당 사안에 대해 답변할 담당자가 없다. 최대주주의 주식 처분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 거듭 흔들리는 신뢰… ‘양준영 시대’ 벌써부터 뒤숭숭

양규모 의장의 이 같은 행보는 각종 의혹과 곱지 않은 시선을 자초하고 있다. 우선, KPX홀딩스의 자사주 매입 결정이 애초에 양규모 의장의 사익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자사주 매입 결정으로 주가가 오르자마자 양규모 의장이 자신의 주식을 처분했기 때문이다. 특히 양규모 의장은 결과적으로 KPX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100억원의 현금을 거머쥐게 됐다.

과거엔 이처럼 자사주 매입 기간에 최대주주가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제한되기도 했다. 현재는 해당 규제가 사라졌지만, KPX홀딩스와 양규모 의장이 보인 일련의 행보는 의혹과 논란을 사기 충분하다. 일각에선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아울러 이러한 행보가 승계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KPX그룹은 올해 들어 회장 직함이 양규모 의장에서 그의 장남인 양준영 회장에게로 이동했다. 사실상 경영승계는 마무리된 상태다.

반면, 최대주주 지위 승계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양규모 의장이 16.62%, 양준영 회장이 10.40%를 보유 중이다. 물론 양준영 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씨케이엔터프라이즈 지분(11.24%)까지 포함할 경우 이미 최대주주에 오르기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씨케이엔터프라이즈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를 활용한 최대주주 등극은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양규모 의장이 자신의 지분을 사실상 자사주로 이동시킬 경우 양준영 회장은 자연스럽게 최대주주 지위를 승계하고 최대주주 일가의 지배력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KPX그룹과 양규모 의장 일가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은 이들의 앞선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KPX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꾸준히 휩싸인 끝에 올해 초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는 등 철퇴를 맞았다. 또 지난해에는 독립성을 우려한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계열사 출신 인사를 감사 자리에 앉힌 바 있다.

뿐만 아니다. KPX홀딩스는 지난해 11월 코로나19 국면 속에 KPX생명과학 주가가 급등하자 해당 계열사 지분을 대거 처분해 1,2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하며 ‘한탕주의’라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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