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차 전당대회 비전스토리텔링PT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오죽하면 이준석에게 고개를 돌릴까.”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오죽하면’이라는 말이 의미심장지만 이유는 다소 평범했다. 보통 50대 후반에서 70대 연령층이 주류인, 그것도 ‘결국은 영남’이라는 소리까지 공공연한 보수정당에서 ‘젊은’ ‘비영남’ 출신의 당권 주자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단 한 번도 의원직을 가진 적 없는 ‘0선’ 인사라니.

생각보다 ‘0선’이라는 꼬리표는 꽤나 뿌리 깊은 불안함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젊은 인물의 돌풍을 견제하는 중진급 당권 주자들은 당장 경륜과 경험을 앞세우며 압박한다. 보통 야권 통합, 대선 경선 관리를 위해서는 ‘경륜’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주호영 의원의 ‘에베레스트’와 ‘뒷동산’ 언급이나, 나경원 의원의 ‘화물차’ ‘스포츠카’ 비유가 바로 그것이다. ″너는 쉽게 할 수 없어″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진다.

물론 정치에서 경륜과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더욱이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여대야소 국면에서 당의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기본적 책무’를 짊어져야 하는 데다가,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할 ‘특별 임무’까지 주어졌다. 이를 위한 결단력‧협상력 등은 경험이 쌓이지 않고선 쉽사리 얻기 힘든 기술이다. 정세균 전 총리가 한 라디오에 영국 노동당 ‘에드 밀리밴드’의 사례를 언급한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만큼은 ‘경륜’이 먹혀 들어갈 틈이 적은 것 같다. 경륜이 높은 중진급 인사들이 아닌 이 전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의 지지세가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나온다. 예전과 다르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오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앞선 관계자는 명쾌한 해답을 내렸다. “원체 기존 사람들이 못하니까.”

실제로 그간 국민들이 마주한 제1야당의 모습은 ‘무기력’ 그 자체였다. 그간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를 기록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거대 여당이라고 해도 제대로 맞서지 못하는 힘없는 야당의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 아닌가. 

4‧7 재보선 승리로 연패의 사슬을 끊었지만, 여전히 갈 길도 멀어 보인다. 당장 재보선 결과에 대해 민주당의 패배지 국민의힘의 승리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것만 봐도 그렇다. 더욱이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 ′구태 정치′라는 비판 속에서도 꾸역꾸역 ‘계파 정치’ 딱지를 붙여대는 것은 국민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물론 이 전 최고위원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이견이 분분하다. 사실상 당 대표까지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적 관측도 나온다. ‘전통적 지지자’들을 흔들기에 ‘어리고’ ‘경험 없는’ 후보자가 주는 매력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국민의힘의 변화를 기대하는 민심이 들끓고 있다는 점이다. ‘이준석 돌풍’ 속에서 이러한 여론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정권 교체는 아득한 꿈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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