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열린 대통령 출마선언 행사에서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열린 대통령 출마선언 행사에서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원조 친노’ 이광재(3선, 강원 원주시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은 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에 이어 세 번째다.

이 의원은 2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가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뉴딜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라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기자회견 장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토대가 됐던 1993년 개소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가 있던 자리다. 이 의원은 연구소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이다.

86 운동권 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에 속하는 이광재 의원은 1988년 당시 23살의 나이로 초선의원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발을 내딛었다. 이후 이 의원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함께 ‘좌(左)희정, 우(右)광재’로 불리우며 친노 핵심 인사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정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이 의원은 지난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됐다. 그는 재판 중인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당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던 강원지사에 출마해 당선됐으나 2011년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형을 선고받아 취임 7개월 만에 지사직을 상실했다.

이로 인해 이 의원은 피선거권을 10년간 잃게 됐으며 2019년 연말 특별사면·복권될 때까지 긴 정치 공백기를 겪어야만 했다. 그는 정치적 공백기 동안 재단법인 ‘여시재’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다방면에서 식견을 넓혔다. 이 의원은 사면‧복권된 이후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강원 원주시갑’에 출마해 9년 만에 다시 정계에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 이광재의 대권 전략은?

이 의원이 오랜 정치적 공백을 깨고 다시 국회에 복귀했을 때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 의원은 21대 국회에 들어온 이후 기존 86 그룹 정치인들과는 결이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개혁 완수’와 같은 정치적 구호보다는 정책적 행보에 치중하며 중도·실용적 노선을 걸었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 민주당 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아 한국판 뉴딜 정책을 지휘해왔다. 그는 또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출마 선언문에는 86그룹 정치인들이 먹고사는 문제 해결보다는 이념에 치중한 정치를 해왔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미래 지향적인 정책 키워드가 다수 녹아있다. 이 의원은 “문제는 경제다. 일류국민은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뛰어 넘어 일류사회를 원한다”며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신념의 정치를 넘어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정치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젠 사람 중심의 시대로 교체돼야 한다. 디지털 시대로 교체돼야 한다”며 “산업화, 민주화의 주역들과 함께 2030, 디지털 세대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슬로건도 ‘세계의 미래를 가장 먼저 만나는 나라 대한민국’을 내걸었다. 이광재 의원 측 관계자는 슬로건 취지에 대해 “코로나 방역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자신감이 붙었다”며 “그동안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격 국가였다면 이제 선두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미래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 측은 이 같은 슬로건에 따라 이 의원의 정책 어젠다를 부각시키기 위해 지난 26일 개최한 주택 공급 관련 정책 토론회를 시작으로 총 8회에 걸쳐 정책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 측은 다음 2회차 정책 토론회는 ‘창업 국가’를 주제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강원도 출신인 이 의원은 취약한 지역적 기반을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 공을 들여왔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김영춘 민주당 후보 선대위 미래비전위원장을 맡아 한 달가량 부산에 상주하며 지역적 기반을 닦았다.

지난 17일에는 민주당 ‘부산갈매기 의원단’과 부산시당이 개최한 업무 협약식에서 ‘행복한 대한민국 부산에서 시작합니다’라는 제목의 ‘부산 발전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부산갈매기 의원단’은 부산에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이 의원이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를 시작하면서 친문 진영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문 핵심 세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항마로 내세울 수 있는 제3후보를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 의원의 대권 행보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낮은 대중적 인지도를 극복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로 꼽히고 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이광재 의원이 ‘여시재’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정책 연구를 많이 했기 때문에 정책을 통해 승부를 보려고 하지 않을까 한다”며 “친노 적자이기는 하지만 이 의원이 대선 도전에 성공하려면 낮은 인지도를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독주하고 있는데 친문 진영에서는 이재명 지사 경쟁자를 찾고 있지 않겠나”라며 “그것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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