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사장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그룹 장악력을 한층 더 강화했다. /뉴시스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사장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그룹 장악력을 한층 더 강화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한국타이어그룹 최대주주로 깜짝 등극한 뒤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및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의 발걸음이 1분기 준수한 실적을 바탕으로 한결 가벼워진 모습이다. 하지만 부친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 절차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 한국타이어그룹 장악한 조현범, 1분기 실적 ‘미소’

조현범 사장은 최근 1~2년간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우선, 2019년 11월 비리혐의로 구속되며 최대 위기를 맞았으나 보석으로 풀려난 뒤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한숨을 돌렸다. 이후 지난해 6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그는 얼마 뒤 돌연 부친으로부터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넘겨받아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조현범 사장의 이러한 행보는 가족 간 갈등을 표출시켰고,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 신청으로 이어졌다. 

가족 간 갈등 외에도 사명을 둘러싼 법적갈등, 국감 불출석 논란 등으로 혼란이 계속됐지만 조현범 사장은 그룹 장악력을 높이는데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11월엔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자리를 꿰찼고, 올해 들어서는 아예 단독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까지 거머쥐었다.

이처럼 자신의 시대를 밀어붙이고 있는 조현범 사장은 1분기 실적을 통해 모처럼 발걸음이 가벼워진 상태다.

한국앤컴퍼니는 1분기 2,369억원의 매출액과 6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4%, 99.3% 증가한 수치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역시 1분기 1조6,168억원의 매출액과 1,8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 75.5%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최근 수년간 실적 부진으로 많은 아쉬움을 남겨왔는데, 올해 1분기엔 뚜렷한 호조를 보인 것이다. 물론 근본적인 실적 개선으로 보긴 이른 감이 있지만, 조현범 사장 입장에선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그룹을 장악한 직후 실적이 반등했기 때문이다. 

◇ ‘최대 변수’ 조양래 회장 성년후견 심판

하지만 조현범 사장의 행보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 절차가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긴장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은 지난 3월 가사조사를 실시한데 이어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심문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달 21일 열린 첫 심문기일엔 조양래 회장이 직접 참석해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엔 조양래 회장의 정신건강 상태를 확인할 감정기관 선정이 화두로 떠올랐다.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가정법원이 국립정신건강센터를 감정기관으로 선정하자 조현범 사장과 대립하고 있는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조희경 이사장은 감정기관을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희경 이사장 측 관계자는 “조양래 회장이 기존에 치매 관련 진료를 받았던 서울대병원에서 제출되지 않은 것이 있어 추가 제출을 요청했는데, 자료가 제출되기 전에 감정기관이 정해져 변경을 요청한 것”이라며 “분당서울대병원은 해당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성년후견 심판 과정에 있어 의학적 판단이 상당히 중요하고 사안 또한 중대한 만큼, 최고의 전문가 및 시설을 갖춘 곳에서 정밀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조희경 이사장 측 입장이다.

이처럼 성년후견 심판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조희경 이사장 측은 “자식 4명 중 3명은 문제가 있다고 하고, 1명만 문제가 없다고 하는 복잡한 사안인데다 개인을 넘어 한국타이어라는 기업과 국가경제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 결과는 조현범 사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넘긴 결정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조현범 사장에게는 한국타이어그룹 3세 수장으로 올라서는데 있어 마지막 최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조양래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결정이 내려질 경우 후계자로서의 명분이 크게 흔들릴 뿐 아니라, 지분이 원상복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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