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로 대표되던 확장현실(XR) 분야에서 확장된 메타버스(Metaverse)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글로벌 IT기업도 메타버스 기술확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요즘은 아침에 눈을 뜨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트렌드가 바뀌는 듯하다. 조금 과장해 말해보면 길을 걸으면서 눈을 깜빡일 때마다 신기술이 등장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분야는 최근 새로운 IT트렌드로 뜨고 있는 ‘메타버스’다.

◇ 메타버스, 기존의 XR과 무엇이 다를까

메타버스(Metaverse)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유니버스)’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메타)’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쉽게 말하면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한 ‘혼합현실’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메타버스는 얼마 전까지 VR·AR로 대표되던 확장현실(XR) 분야가 이젠 가상과 현실의 세상이 공존하는 단계로 확장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메타버스를 모바일 앱 혹은 플랫폼 서비스와 혼동하거나 VR게임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정보처리학회지 3월호에 실린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메타버스에는 ‘5C’라 불리는 기존 XR플랫폼과의 5가지 차별점이 있다. 이는 △세계관(Canon) △창작자(Creator) △디지털 통화(Currency) △일상의 연장(Continuity) △연결(Connectivity)이다. 

‘세계관’과 ‘창작자’는 메타버스의 시공간이 설계자와 참여자들에 의해 채워지며 확장해나감을 의미한다. 메타버스 내 콘텐츠나 서비스를 설계자가 의도한 목적대로만 소비하는 수동적 이용이 아닌, 이용자 스스로 콘텐츠를 취향대로 소비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 및 확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통화’는 메타버스 안에서는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고, 가치를 저장·교환하기 위한 디지털 화폐가 통용됨을 뜻한다. 특히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가 메타버스 내에 적용될 가능성도 높아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크다

‘연속성’은 메타버스를 기존 일회성 체험에 그쳤던 가상현실 플랫폼과 다르게 진짜 현실에 존재하는 ‘제2의 세상’으로 만들어 주는 핵심 요소다. 다시 말해 메타버스 내에서 친구를 만나고, 학교를 가고, 직장에 다니는 등의 활동이 일회성 체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아바타를 통해 가상의 인생처럼 축적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결’이라는 차별점을 통해 메타버스는 시공간의 제약없이 서로 다른 메타버스 세계를 연결해 또 다른 세계를 창조·확장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 2019년 공개한 VR 기반 메타버스 서비스 '페이스북 호라이즌'. 그동안 단순히 제작자가 제공했던 서비스를 즐기던 것을 넘어 이용자들이 메타버스 세상 안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판매할 수도 있다./ 사진=오큘러스 홈페이지

◇ 발전하는 메타버스 시장… 2025년엔 300조원 규모

IT분야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향후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과의 결합으로 급속하게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오는 2025년엔 VR·AR 기반의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현재의 6배에 달하는 2,700억달러(한화 301조1,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게임과 SNS(사회연결망 서비스) 등 다수의 이용자들이 모이는 서비스에서 성공적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온라인 게임업체 로블록스는 메타버스를 이용한 게임의 성공으로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됨과 동시에 시가총액 452억달러(한화 51조3,200억원)을 기록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지난 3월 발간한 ‘메타버스 비긴즈: 이슈와 전망’리포트에서 “메타버스는 게임, SNS 등 서비스 플랫폼과 결합돼 급속히 확산 중”이라며 “플랫폼 참가자의 수익모델이 존재하고 전 세계 가입자가 급속히 증가하는 등 플랫폼 경쟁력이 높아 메타버스 확산의 동력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화작용 측면에서 인터넷 시대는 키보드, 터치 방식을 활용했으나,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한다면 음성, 동작, 시선 등 오감(五感)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며 “AR(증강현실)은 화면제약을 넘어 현실이 화면이 되고 VR(가상현실)은 3D 공간에서 정보를 구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 메타버스 시장 확보에 가장 앞서나가는 기업은 SK텔레콤이다. 사진은 점프 VR앱을 통해 버추얼 소셜 월드에 접속한 이용자들의 모습. 이용자들은 메타버스인 버추얼 소셜 월드 내부에서 춤을 추고 가상의 음료수를 마시거나 다양한 가상 공간을 방문할 수 있다./ SK텔레콤  

◇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페이스북이 중심… 국내선 통신사 SKT·LGU+가 주도

메타버스가 향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무한한 확장력을 있다고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IT기업들 의 기술 혁신을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세계 메타버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 페이스북이다. 지난 2017년 VR기반 메타버스 서비스 ‘페이스북 스페이스’를 출시했고, 2019년엔 다양한 보완을 거쳐 업그레이드된 메타버스 서비스 ‘페이스북 호라이즌’을 선보였다, 

페이스북은 현재까지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페이스북 호라이즌의 문제점들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 내에서는 VR·AR연구팀 ‘페이스북 리얼리티랩’까지 개편해 메타버스 기술 확보를 위한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메타버스 시장 진출 및 기술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이다. 지난 2013년 VR·AR플랫폼인 ‘T리얼 플랫폼’을 시작으로 점프VR·AR, 점프 스튜디오 등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 박정호 CEO 역시 지난 1월 신년인사를 통해 “우리의 일상 경험이 가상세계, 즉 메타버스로 진화하는 속도를 10년은 앞당기고 있다”며 메타버스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역시 메타버스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출범한 세계 5G콘텐츠 연합체 ‘글로벌 XR 콘텐트 텔코 얼라이언스’의 의장사를 맡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11개 회원사들과 함께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신석영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뉴노멀(New Normal)과 AR·VR 등 관련 기술의 상용화로 메타버스 산업이 급성장으로 정부 정책 지원과 글로벌 기업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 되고 있다”며 “메타버스 시대 금융업은 ‘업무 방식’ ‘고객 니즈’ ‘서비스’에 있어 온·오프라인 통합이 강화돼, 장기적 관점에서 MZ세대를 위한 콘텐츠 개발과 복합 점포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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