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연구개발비 32억원, 최근 5년 최대 규모… 전년 동기 대비 32%↑
비만치료제·여성성욕저하 치료제 개발 중… 기존 포트폴리오 탄탄
연초 조직개편, 새로운 천연물 소재 발굴 나서… 내실 다지고 효율성 제고

/ 제갈민 기자
광동제약이 최근 연구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나섰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광동제약은 ‘매출 1조원 클럽’을 최근 5년간 연이어 달성한 국내 몇 안 되는 제약사다. 이러한 광동제약이지만 그간 국내 제약사 가운데 연구개발(R&D) 투자가 인색한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광동제약은 R&D 투자를 늘리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광동제약의 R&D 투자 확대는 ‘무늬만 제약사’라는 오명을 떨쳐내고 국내 정통 제약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광동제약은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2021년 1분기 분기보고서를 공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1분기 동안 R&D에 총 32억원을 투자했다. R&D 투자비용에는 정부보조금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으며, 전액 회사 측의 투자금액이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분기 기준 최대 규모 투자다. 지난해 1분기 R&D 투자비용은 24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2%나 상승했다. 매출 대비 투자 비중도 1.8%로, 최근 5년간 1% 초반 수준을 기록하던 것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이러한 모습은 올해 초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의 R&D 투자 확대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광동제약은 비만 치료제 합성신약과 여성성욕저하 치료제 합성펩타이드 신약 등 2가지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먼저 비만 치료제 합성신약 KD101은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 정부과제로 선정된 바 있으며, 2017년부터 2020년 1분기까지 보조금 약 29억원을 지급받아 임상을 진행했다. KD101은 지난 2020년 1분기 임상2상 시험이 마무리됐다. 현재는 임상2상 프로토콜 및 적응증 확대방안을 검토 중이며, 회사 측은 품목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추가로 진행해 다국적회사로의 기술 이전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KD101은 기존의 비만치료제와 달리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지 않고 지방조직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체중 감소효과는 물론 안전성이 높다. 주요 성분으로는 연필향나무에서 유래한 세스퀴테르펜 화합물을 활용했으며, 지방 축적을 낮춰 체중을 감소시키면서 혈중 지질과 간 지질을 개선하는 효능이 확인됐다는 게 광동제약 측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일명 ‘여성용 비아그라’로 알려진 ‘바이리시(KD-BMT-301, 성분명: 브레멜라노타이드)’의 국내 임상3상 가교시험을 진행 중이다.

바이리시는 미국 제약사인 팰러틴 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여성성욕저하 치료 신약으로, 2019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광동제약은 바이리시의 품목허가가 행해지기 전 2017년 팰러틴 테크놀로지와 해당 신약 후보물질의 국내 판권에 관해 독점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해당 신약이 국내 임상을 최종적으로 마무리 짓고 출시로 이어지면 광동제약은 10년간 국내 독점 판매권을 쥐게 된다.

해당 의약품은 현재 국내에서 경쟁 약품이 존재하지 않아 출시가 확정될 경우 광동제약의 매출을 끌어올릴 약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왼쪽부터) 광동 경옥고와 광동 우황청심원. /광동제약
광동제약의 대표적인 일반의약품 광동 경옥고와 광동 우황청심원. / 광동제약

기존 의약품 포트폴리오도 꾸준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광동제약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2,941억원 △영업이익 85억원 등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의약품 매출은 66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의약품 매출도 5%대 감소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꾸준히 준수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광동제약의 대표적인 의약품 포트폴리오로는 우황청심원과 쌍화탕, 경옥고, 공진단 등이 있다. 여기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영아 로타바이러스 백신 ‘로타릭스’와 광동제약이 개발한 국내 최초 비타민D3 성분의 주사제 ‘비오엔주’도 꾸준히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광동제약 측은 최근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를 통해 “제약산업이 전문의약품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되는 추세에 따라 당사도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R&D와 영업력 등 핵심 분야의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 역시 신약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약업계는 R&D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과거 제약업계의 성장이 더디던 2000년대 들어 광동제약의 사업 확장이다. 광동제약은 당시 음료사업으로 발을 뻗으며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그리고 삼다수까지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발굴해 안정적인 매출원을 구축하고 외향성장을 이룩했다. 이를 통해 한방의약품 전문제약사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 친숙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했다.

현재 광동제약은 건강음료를 통해 이룩한 외향성장에서 멈추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R&D 투자를 점차 늘려 신약 개발 등을 통해 내실을 챙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광동제약은 의약품과 건강음료 등의 사업부문별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광동제약은 조직개편을 통해 천연물 분야의 소재발굴에 집중하기 위해 천연물융합연구개발본부를 발족했다. 경옥고와 우황청심원 등 천연물 기반 대표브랜드의 고유 자산개발을 가속화하고 신규천연물 소재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다. 해당 본부는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아우르는 천연물 통합 연구개발과 표준 정립·연구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천연물 관리체계 고도화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아울러 광동제약은 기존의 전략기획실, 의약연구개발본부를 재편했다. 의약사업개발, 신규사업, 해외사업 등을 CSO(최고전략책임자) 산하로 편제하면서 전략기획실은 사업전반 운영 총괄 및 내부 통제에 집중하는 한편 과천 신사옥 건립 등 향후 경영환경을 준비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가속화하고 있는 디지털환경에서 조직 전반의 디지털화 선도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 CDO(최고디지털책임자) 직책을 신설했다. 디지털과 언택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가 주력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업무 패러다임 역시 디지털 기반으로 변화하는 점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건강식품, 백신은 물론 건강 음료와 제주삼다수 등 각각의 역량을 한층 제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광동제약의 움직임에 업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광동제약의 경우 그간 R&D에 대한 투자가 다소 적은 부분이 존재했으나, 올해 들어 조직개편을 시작으로 매출이 줄었음에도 R&D 투자를 늘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향후 신약 개발이나 신사업 발굴을 통해 투자를 더 확대할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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