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단상에 오르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31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사일지침이 해제된 것을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단상에 오르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북한이 한미정상회담 종료 9일 만에야 한미미사일지침 종료를 비난했다. 당초 북한이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어떤 형태로든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비난 논평에 관심이 쏠린다. 

◇ 북한, “비루한 꼴이 역겹다” 원색 비난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의 ‘무엇을 노린 미사일 지침 종료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해당 논평에서는 한미미사일지침 종료를 ‘고의적인 적대행위’라고 지칭하며 “우리의 자위적 조치를 유엔 결의 위반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추종자들에게는 무제한한 미사일 개발권리를 허용하고 입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도 행동은 대결로 이어가는 것이 미국”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한 대북정책의 핵심기조인 ‘실용적 접근’과 ‘최대 유연성’에 대해 언급하며 “많은 나라들이 한갓 권모술수에 불과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측의 미사일 규제를 푼 것은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군비 경쟁을 더욱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설레발을 쳤다. 일을 저질러 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떠한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고 있는 비루한 꼴이 역겹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제문제평론가 수준에서 한얘기를 대응하는 게 적절치 않다”면서도 “국가 원수에 대한 예의 없는 언행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에서도 별다른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통일부도 개인 명의의 글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는 반응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도보다리 밀담'을 통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판문점 공동취재단

◇‘개인 명의’ 논평… 대화 여지 남긴 것?

북한의 비난 논평은 예상됐던 바였다. 한미 정상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회담을 했고, 회담 이후 미사일지침 종료를 알리는 동시에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 등에 기초한 북핵 문제 해결에 뜻을 함께 했다. 북한으로서는 반발이 나올 만한 상황이었다. 

특히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거론하며 ’비루한 꼴‘, ’역겹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한 점, 한미 양국이 ’침략 야망을 드러냈다‘는 식의 표현으로 격앙된 표현을 한 점은 한미미사일지침 종료가 북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미 접촉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열흘 가까이 침묵을 지키던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첫 반응을 내놓았다. 그런데 대남·대미 비난 담화를 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같이 고위 당국자가 아니라 ‘평론가’의 의견 개진 형식을 취했다.

‘김명철’은 북한 외곽 기관인 조미평화센터 소장이다. 김여정 같이 실행력을 가진 위치가 아니다. 이는 강한 표현을 사용해 ‘강 대 강, 선 대 선’이라는 기조를 분명히 전달하면서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미국에게 구체적인 ‘유인책’을 내놓으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한미미사일지침’에만 주목한 것 역시 눈여겨 볼 만 하다. 논평에서 한미미사일지침 종료에 대해 “비대칭적인 불균형을 조성해 정전상태에 있는 한반도의 첨예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더욱 야기하는 실책”이라고 했다. 이는 미사일지침 종료로 자신들의 혈맹인 중국까지 겨냥한다는 점을 지적해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대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