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 건의에는 “고충을 이해한다” 답변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재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재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지난번 방미 순방 때 4대 그룹이 함께해 준 덕분에 한미 정상회담 성과가 참 좋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4대 그룹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앞선 사전 환담에서 이같이 말한 뒤 “특히 한미 관계가 기존에도 아주 튼튼한 동맹 관계였지만 그 폭이 더 확장돼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최첨단 기술 등 포괄적으로 발전된 게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거기에서 가장 필요한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것도 아주 뜻깊었다”며 “우리 4대 그룹으로서도 미국에 대한 여러가지 진출 부분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일 하이라이트는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 때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지목해 소개를 받았던 일”이라며 “그만큼 우리 한국 기업들의 기여에 대해 높이 평가를 해준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초청됐다. 청와대에서는 유영민 비서실장, 이호승 정책실장, 안일환 경제수석이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별도 초청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한미정상회담 기간 총 44조원의 대미(對美) 투자를 통해 성과를 지원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정부 차원의 후속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방미 성과 많이 (거둔) 것에 대해서 정말 축하드린다”며 “저희들도 굳건히 동맹 관계(를 비롯해) 경제 관계도 더욱 더 활발해질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최 회장님은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시작해서 공동기자회견, 그리고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까지 일정 전체를 함께해 주셨다"면서 "정말 아주 큰 힘이 됐다”고 화답했다.

정 회장은 “(대통령이) 방문해 주신 덕분에 미국과의 사업도 더 잘 될 것 같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가 국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대기업들이 앞장서 나가게 되면 중소·중견 협력 업체들도 동반 진출하게 되고, 거기에 우리 부품·소재·장비들이 더 크게 수출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일자리가 더 창출이 되고, 더 많은 기회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기회를 더 많이 만들도록 하겠다”고 답했고, 문 대통령은 웃으면서 “그런 부분도 잘 설명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구 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부문에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전기차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는 이호승 정책실장 소개에 “사업 초기 시작부터 파트너였었고, 지금은 전기차 시장이 더 확대돼 사업 협력도 돈독해졌다”고 설명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SK이노베이션과 미 포드사가 대형 픽업트럭 전기차 생산을 위한 배터리 합작하기로 한 성과를 거론했다. 이에 최 회장은 “F150이라고,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트럭”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LG, SK 모두 독자적으로 그런 공장을 하기도 하고, 포드나 GM과 합작하기도 한다”며 “픽업트럭 같은 경우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서 관세 혜택을 우리가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수출이 어려운 분야였는데, 현지에서 바로 합작 공장하면서 그 부분을 뚫어낼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문재인 대통령, 이호승 정책실장.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4대그룹 총수들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정부의 기업과 소통하는 격의없는 자리를 마련해 준 점에 감사하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뿌듯하게 생각한다. 삼성은 오래 전부터 미국의 파운드리 공장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번 방미로 인해 삼성의 대미 협력에 큰 힘이 되었다”며 “미국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외국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제2의 평택공장 부지는 국내에서 찾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정부의 회복, 포용,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에 함께하겠다”면서 “탄소중립은 후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역대 최고라고 생각한다”면서 “워싱턴에 남아서 현지의 반응을 더 들었는데,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미국 상황에 한국의 투자가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져서 바이든 정부가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구 회장은 “LG 대표를 맡은 지 3년째,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 갈등 등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가 다가왔는데, 정부가 기업의 의견을 듣고 대처해 줘서 감사하다”면서 “이번 방미로 미국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대학을 통해 인재를 길러내는 데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빠르게 인력 양성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미 투자를 하게 되면 우리의 중소․중견기업과 협력업체가 동반 진출을 하거나 수출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와서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늘리고, 수소차와 전기차의 연구와 생산을 주도해 왔으며, 배터리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며 “해운과 조선에 투자한 것도 이제 빛을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의 앞서가는 결정이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다”며 “정부도 역할을 했지만 기업도 큰 역할을 했다”고 노고를 치하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한 건의를 경청한 후 “고충을 이해한다”면서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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