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에 출마한 나경원 후보와 주호영 후보가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단일화를 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나경원 후보와 주호영 후보가 단일화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신진’ 이준석 후보를 꺾기 위해 ‘중진’ 간 단일화에 나설 것이란 정치권의 전망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명분’ 없는 단일화로 인한 역풍을 우려하는 것인데, 이 후보의 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이들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 후보는 3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주 의원과 단일화는) 실질적인 연대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분은 있을 수 있으나 단일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나 후보는 지난달 31일 한 라디오에서도 “인위적 단일화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고 그런 말은 예의에 맞지 않는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주 후보도 마찬가지다. 주 후보는 이날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나주곰탕 연합’이라는 말에 대해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일축했다. ′나주곰탕 연합′은 나 후보와 주 후보 성씨를 따서 만든 용어로, 한 시사평론가가 단일화를 희망하는 관계자들이 나주곰탕 식당에 모여 얘기를 한다고 언급한 데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주 후보는 “그런 용어를 쓰는 것 자체도 저는 불편하게 생각한다. 연합할 게 뭐 있겠나”라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단일화 가능성이 꾸준히 새어 나왔다. 당장 산술적으로 이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최적의 카드이기 때문이다. 지역 안배 등을 고려했을 때도 TK(대구‧경북)를 기반으로 하는 주 후보와 수도권 기반인 나 후보의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기세는 여전히 꺾일 줄 모르는 가운데, 중진 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 명분 없는 단일화 ‘역풍’ 우려

그럼에도 이들이 선뜻 단일화에 나서지 못하는 데는 여러 상황이 맞물려 있는 탓이다. 무엇보다 중진끼리 단일화에 나선다는 것은 명분상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게 대표적인 이유다. 주 후보는 이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후배를 이기기 위해 다선들이 단일화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준석 바람의 본질은 존재감이 없는, 만년 야당 체질에 젖어있는 국민의힘 중진들에 대한 경고”라며 “그런데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인위적 후보 단일화에 나선다면 역풍이 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상 전략적 단일화는 명분이 없기 때문에 유일한 방법은 후보 자진 사퇴 후 교통정리지만, 두 후보 모두 사퇴가 정치적 입지와 연관돼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더욱이 이들 모두 본경선에서 높아진 당원 투표 비율에 ‘기대감’을 품고 있는 것도 단일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주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제가 급격히 상승하는 추세″라며 ″현지 분위기도,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 후보 역시 ‘이성의 시간’을 언급하는 등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 황 평론가는 “어떤 경우든 5선의 주호영 후보와 4선의 나경원 후보가 각자 당원투표에서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 누가 쉽게 양보하고 사퇴를 할 수 있겠냐”며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파죽지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실시한 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36%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나 후보(12%)와 3배까지 차이를 벌렸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이 후보가 53%, 그 뒤를 이어 나 후보가 23%를 기록했다. 사실상 이를 뛰어넘기 위해선 ‘컨벤션 효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들의 단일화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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